[FETV=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지난 16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숏리스트) 4인을 확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최종후보군에 오른 인물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다. 회추위는 비전 및 중장기 경영전략, 전문성, 글로벌 마인드 등의 평가 기준으로 최종후보자 인물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추위는 윤성복 이사회 의장(한국공인회계사회 심의위원장),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백태승 연세대 교수, 김홍진 전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양동훈 동국대 교수, 허윤 서강대 교수, 이정원 전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윤 위원장은 "회추위는 숏리스트 선정에 있어 하나금융의 조직 안정을 꾀하기 위한 후보들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 김정태 회장, 조직안정화 위해 ‘1년 연임’ 성공?
조직 안정화를 위해서는 김 회장의 1년 연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주된 해석이다. 그는 세 번의 임기 동안 하나금융의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는 등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올해로 만 69세인 김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면 1년만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나금융 내부규정에 따르면 만 70세가 넘으면 지주 회장을 맡을 수 없다.
김 회장은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서울은행에 입사했고, 1992년에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참여했다. 특유의 친화력과 세심함으로 직원들로부터 ‘JT교주’라 불릴 만큼 큰형님 리더십을 지닌 것으로 통한다. 그는 하나금융 주요 요직을 두루 맡았다. 2005년에 하나금융 부사장을 맡았고,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후 하나은행 행장을 거쳐 2012년 3월에 하나금융 회장에 올랐다.
회장직을 맡는 동안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점은 가장 큰 공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조기 통합을 반대하던 외환은행 노조를 밤셈 토론을 통해 설득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통합은행이 본격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기 시작하자 하나금융의 실적은 크게 늘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김 회장은 2015년, 2018년 각각 연임에 성공했다.
● ‘상고 출신 신화’ 함영주 부회장, 지주 회장까지 노린다
김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온 함 부회장은 상고 출신으로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행해 은행장을 거쳐 지주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1956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에 입사했다. 주경야독으로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해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가계와 기관영업을 두루 경험하며 조직 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부행장으로 충청사업본부를 맡은 시절에는 비(非)수도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실적 전국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탁월한 영업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해 탄생한 KEB하나은행(현 하나은행) 초대 행장에 발탁되며 화제가 됐다. 그는 취임 후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통한 진정한 ‘원뱅크’ 달성을 위해 애썼다. 그 결과 2019년 1월 핵심 사안이었던 급여·인사·복지제도와 관련해 노사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후 그 해 2월 연임을 포기하고 현재까지 하나금융 부회장직을 이어오고 있다.

● 박성호 부행장, 위기 때 마다 등판한 ‘구원투수’
박 부행장은 이번 최종후보군 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은행장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1964년 생으로 대신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33년 동안 조직에 몸담은 ‘하나은행 맨’ 이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문성을 쌓았다.
박 부행장은 조직이 어려울 때 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15년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차질을 빚을 당시 통합추진단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2016년에는 하나아이앤에스 대표이사에 임명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전산통합을 이뤄냈다. 2019년에는 보험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혼란에 빠진 인도네시아법인의 수장을 맡아 실적 증대를 이끌었다. 또 작년에는 하나은행에 신설된 자산관리그룹의 그룹장으로 임명돼 사모펀드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자산관리 사업을 재정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글로벌·기업금융 전문가
유일한 외부 후보인 박 전 행장은 1957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코대와 영국 런던대에서 각각 경영학 석사,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은행원으로 일하기 시작해 글로벌금융책임자, 자금담당 본부장 등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7년에는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의 수석부행장을 맡았다. 이후 2014년 한국씨티은행장에 올랐다.
그는 임기 동안 영업점을 대거 통폐합해 자산관리 특화 점포 위주로 개편하고, 디지털 금융 거래를 전면 확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임기 만료를 앞둔 지난해 8월 3연임을 포기하고 퇴임하기로 해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회추위는 향후 후보들에 대한 면접과 회의를 거쳐 주주총회에 올릴 최종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주총 2주 전 새 회장장을 확정해야 하는 만큼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3월 초까지 인사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