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 속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환율로 약 1200원의 이익을 거두면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순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작년 당기순익은 2조6372억원(연결·지배지분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0.3% 급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순익 증가율 1위로 신한금융(0.3%), KB금융(4.3%)을 크게 앞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가운데 거둔 역대급 실적이라 눈에 띈다. 하나금융은 작년 코로나 충당금을 총 3377억원 적립했다. 코로나 충당금이 없었다면 연간 3조원 대 순익도 바라볼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하나금융은 환율 상승세로 작년 3분기까지는 이 정도의 호실적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저금리와 코로나 충당금,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핵심 사업인 은행의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이라는 변수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 변동에 따른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익의 변동 폭이 큰 편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몇 년간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환산손실을, 하락하면 이익을 거두는 경향을 보였다. 외화환산손익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 또는 외화로 표시된 채권과 채무를 기말 결산일에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의미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충격으로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280원까지 급등하면서 하나금융은 1091억원의 대규모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실을 입었다. 이후 외환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손실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1년 전인 2019년에 이어 작년 한 해도 비화폐성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였다.
![[자료=하나금융지주]](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207/art_16133499397001_9918ec.png)
하지만 4분기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으로 외환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원화 강세 현상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하나금융은 4분기에 1493억원의 대규모 비화폐성 외화환산이익을 기록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1219억원 규모의 이익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환율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자,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약진을 힘입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작년 하나은행은 코로나 충당금과 저금리로 인한 이자자산 수익성(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인해 1년 전 대비 당기순익이 6.1% 줄었다. 반면 주요 비은행 계열사인 하나금융투자·캐피탈·카드·자산신탁·생명이 작년 한 해 거둔 순익은 같은 기간 59.2% 급증했다.
하나금융의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 우선 금융권은 미국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블루웨이브’)해 올 상반기까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처럼 대규모 원화환산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도 올해 코로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지 않는 이상 작년보다 실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이자자산의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투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NIM이 올해 1분기에는 0.04%포인트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이와 함께 작년 4분기에 1082억원의 코로나 충당금과 총 1126억원의 사모펀드 관련 손실처리를 하는 등 보수적인 회계 처리로 비용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라 올해도 2조7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기록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