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배당축소’ ‘이익공유제’ ‘외국인 이탈’이라는 3중고에 급락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이날 주가(종가)는 3만650원으로 전 장과 비교해 4.81%(1550원)나 떨어졌다. KB금융도 1.95% 내린 4만300원을 기록했고 하나금융(3만2650원)은 무려 5.36% 폭락했다. 우리금융(8800원)은 3.3%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 30일 이후 90일 만에 8000원대로 내려앉았다.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전날인 28일에도 0.46~3.07% 하락했다. 그 결과 이틀 동안 하나금융 주가는 7.2%나 빠지면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같은 기간 5.3%, KB금융은 5% 각각 떨어졌다. 우리금융은 5.7% 내렸다.
코스피도 이날 3000선이 무너지는 등 이틀 동안 약 4.7% 급락했지만 4대 금융지주는 이보다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로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내자, 외인 비중이 높은 4대 금융지주는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틀 동안 외국인투자자들은 4대 금융지주 주식을 11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와 함께 전날인 28일 배당 축소 이슈가 또 다시 불거지면서 낙폭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정할 것을 권고했다. 배당성향은 기업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배당성향이 낮아지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의 몫도 줄어든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지주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다.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는 작년 11월부터 금융당국과 정부 개입 이슈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금융지주를 포함 주요 은행주들은 고배당 종목으로 배당을 빼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이에 연말에 배당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띈다. 하지만 작년 11월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향해 배당을 축소하라고 압박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주가는 연말 배당시즌에도 불구하고 크게 부진했다.
이후 미 민주당이 상원의 다수당 위치를 차지하면서 ‘블루웨이브(대통령 선거, 상·하원 선거 모두 민주당 승리)’가 실현되자 금융지주의 주가는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블루웨이브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정책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금리 상승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9일 국내 민주당에서 돌연 은행권이 ‘이익공유제’에 참여해야한다는 식의 발언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도 이익을 보고 있는 가장 큰 업종이라고 하면 금융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은행권도 금리를 낮춰주거나 불가피한 경우 임대료처럼 이자를 (받는 것을) 중단시키거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권 여당에서 주요 금융지주의 이익 획득을 제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 상승세는 크게 꺾였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세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예상하는 점인 만큼 향후 주가 반등의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또 다음주부터 주요 금융지주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작년 한 해도 호실적을 거둔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다시 오를 확률이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본격적인 선거 시즌에 들어서고 있어 규제 리스크가 계속 부각될 수 있는 점은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인 금리 방향성은 어쨌든 상승일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