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지난해 인수한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적자가 늘고 있어 고민에 빠졌다.
KB금융이 올해 주요 경영 목표로 세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부코핀은행의 부진이 깊어질 수록 신한금융지주와의 '리딩금융' 경쟁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KB금융은 그간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글로벌사업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정한 이유다.
KB금융은 작년 4월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기관 프라삭, 9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연이어 인수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지난해 3분기 프라삭 실적이 반영되면서 KB금융의 해외법인 순익은 작년 동기과 비교해 5배 급증했다. 하지만 4분기부터의 실적 반영을 앞두고 부코핀은행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사업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코핀은행은 작년 1~11월까지 총 131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9월까지 825억원의 손실이 났지만 10월과 11월 동안 적자 규모가 500억 정도 급증했다. 이 두 달 간 기록한 적자는 KB금융의 그룹 실적에 반영된다. 부코핀은행이 12월에 대규모 수익을 기록하지 않는 이상 4분기에도 적자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코핀은행의 문제는 실적 만이 아니다. 9월 말 기준 부코핀은행의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의 비중은 8.55%로 2019년 말(5.99%)에 비해 3%포인트 넘게 악화됐다. 작년 인도네시아 평균 부실채권 비중(3.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부코핀은행의 전체 대출채권 5조1500억원 가운데 4500억원 가량이 부실채권인 것으로 추산된다. 부코핀은행의 부실규모가 커지자 KB금융의 부실채권 비율도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아졌다.
![[자료=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PT Bank Bukopin, Tbk)]](http://www.fetv.co.kr/data/photos/20210102/art_16105742800658_9157d5.png)
부코핀은행의 부실규모 증가는 향후 실적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충당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금융이 국내에서 자체 충당금 기준을 적용해 공시한 부코핀은행의 적자규모는 9월말 기준 2975억원이다. 현지 기준 보다 두 배가 넘는 액수다. KB금융의 기준이 인도네시아보다 엄격한 탓에 충당금이 크게 설정된 결과다. 부코핀은행의 부실규모가 확 줄어들지 않는 이상 4분기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도네시아 경제가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어 부실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도네시아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해외 자국민 송금 및 가공무역 수출이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이는 민간대출 부실에 대한 위험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부실이 늘어나면 KB금융은 추가 자금 투입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코로나 사태로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해 수익성 회복도 어려워지고 있다.
KB금융이 인수를 결정한 때부터 부코핀은행은 낮은 건전성과 수익성으로 논란이 일었다. 작년 부코핀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까지 KB금융이 인식한 지분법손실만 834억원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도네시아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부코핀은행은 뱅크런 사태를 겪는 등 현금(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KB금융이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는데 있어 유상증자 방식을 활용한 것도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작년 7월, 9월 유상증자를 통해 총 2966억원을 부코핀은행에 투입했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 현지에 국내 전문가들을 투입해 부코핀은행 경영 개선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현지에 KB금융이 부코핀은행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코핀의 주가가 크게 오른 점은 긍적적인 부분이다.
KB금융 관계자는 “부코핀은행의 부실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KB금융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며 “또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을 많이 쌓는 것이 필요한 만큼 인수 초기에는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