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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클로즈업]'홍일점' 유통CEO 임일순, 홈플러스 떠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임 의사 뜻 밝혀...최근 수용
2015년 홈플러스 합류...대형마트 최초 여성 CEO올라

 

[FETV=김윤섭 기자]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가 취임 3년여 만에 사임하고 고객으로 돌아간다. 7일 유통업계와 홈플러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이날 임원 대상 화상회의 도중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임 대표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인적인 이유로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이를 만류하다가 최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임 시기는 이달 중순께로 예상된다. 회계연도가 3월에 시작하는 홈플러스는 일반적으로 1월 중순에 새해 사업전략을 최종 승인하는 데 임 대표가 이 업무를 마무리 짓고 떠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임 대표가 사임에 따른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 전반적인 사업 전략을 세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 바이더웨이 등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임 대표는 2015년 재무부문장으로 홈플러스에 합류했다.

 

이후 경영지원부문장(COO)을 거쳐 2017년 10월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승진하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첫 번째 여성 CEO가 됐다. 재임 기간에 홈플러스의 무기계약직 직원 약 1만5천 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목을 받았다.

 

임 사장은 국내 대형마트 업계를 포함한 유통업계 최초의 여성 CEO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오너가(家)를 제외한 인물 중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다.

 

◆ '사람 중심' 경영 대표 인물...무기계약직 전원 정규직 전환=임 대표는 '사람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간 홈플러스를 이끌어왔다. 특히 모든 무기계약직을 조건 없이 '선임' 직군으로 발령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에 현재 홈플러스는 전체 임직원 99%가 정규직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에는 임원들과 창립 이래 최초로 급여 자진 삭감을 선언하면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2019회계연도 영업실적이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는 등의 여러 악재로 인한 회사와 직원들의 고통을 분담하고자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오프라인 유통 시장의 침체기 속에 2만2000명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함께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임원들과 함께 급여 자진 반납을 결정했다”며 “큰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믿음을 갖고, 사장부터 사원까지 모든 홈플러스 식구들의 힘을 한데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에서도 혁신을 거듭했다. 특히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을 과감히 탈피하고 올라인(온오프라인 합성어) 중심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장기적 고성장을 도모했다. 

 

◆ 홈플러스 스페셜, 풀필먼트 센터, 코너스 등 경쟁력 강화도 이끌어=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부임 후 구상해 왔던 홈플러스 스페셜 전환과 풀필먼트 센터 구축, 코너스 오픈 등이 그것이다. 홈플러스 스페셜은 1인 가구나 자영업자 등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슈퍼마켓부터 창고형 할인점까지 각 업태의 핵심 상품을 한 번에 구입 가능한 점포다.

 

홈플러스는 현재 총 20개 점포를 스페셜로 전환 오픈했다. 홈플러스는 상품구색, 매대 면적, 진열방식, 가격구조, 점포조직 등 운영혁신에 집중한 스페셜을 통해 소비자·협력사·직원의 만족도를 모두 향상시킨단 목표다. 또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장착,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매장 구현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온라인 배송 수요가 높은 지역에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 현재 인천계산점·안양점·수원원천점 등 총 3곳을 운영중이다.

 

지난달에는 2년여 간의 준비기간 끝에 패밀리 커뮤니티 몰 코너스를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점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코너스’는 홈플러스와 차별화되고 독립적인 느낌의 공간으로 조성한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감성 1번지 ‘지역밀착형 패밀리 커뮤니티 몰’을 말한다. 온라인쇼핑이나 다른 대형마트가 따라올 수 없는 ‘체험’이라는 측면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홈플러스만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일순 사장은 2018년 3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의 일상에서 골목(코너)을 돌면 만나는 고객 생활의 편의를 위한 공간과 콘텐츠로 재구성하겠다”면서 코너스에 대한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기자간담회를 진행할때마다 ‘코너스’에 대해 지속 강조해왔을 정도로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네이버와 손잡고 이커머스 시장에도 도전했다.  네이버가 신규 론칭하는 ‘장보기’ 서비스에 21일 공식 입점해 네이버 이용자에게 직접 상품을 판매하고, 네이버와 온라인사업 제휴를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홈플러스는 입점사중 최대 규모로 자사 온라인몰의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패션, 가전 등 2만3000종 전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고, 전국 각지 고객의 자택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가장 빠르고 신선한 ‘전국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 사장은 방향성뿐만 아니라, 미래 유통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도 현격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거버넌스(Governance)와 윤리적 준거 지표를 끌어올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사업 투명성을 확보했다. 상품의 차별화를 위해, 신선식품에 대한 질적 향상과 유지, 글로벌 소싱에 기반한 PB 상품 개발에 집중했다. 또한 데이터에 기반한 유통경영에 박차를 가하고자 전방위적인 데이터 인프라를 3년에 걸쳐 구축했다.

 

홈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임 사장은 유통사업에 대한 인사이트가 깊고 전략과 실행에 뛰어난 전문경영인으로서 홈플러스를 미래 유통기업으로써의 탈바꿈 시켰다”며 “CEO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이미 2021년 전반적인 사업전략과 방향까지 완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현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인물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 역량과 경험을 갖춘 다수의 후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