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은 금융권의 화두는 ‘디지털 전환’과 ‘리스크(위험) 관리’에 방점이 찍혔다.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변화’와 ‘안정’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금융권 신년사의 핵심 단어는 단연 디지털 전환이였다. 네이버, 카카오등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빅테크 기업은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 간 벌어질 전쟁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투자자문과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은행의 예금고객 이탈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빅테크가 올해 도입될 예정인 종합지급결제업 면허까지 받는다면 계좌발급, 이체, 송금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사실상 은행산업 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뜻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업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디지털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신한금융의 운명도 디지털 전환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빅테크, 핀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KB금융을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데이터 기반의 고객, 상품, 채널의 혁신을 통해 빅테크와는 차별화된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역설했다. 그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손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손님들이 머물고 혜택을 누리는, 하나금융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이제 디지털 플랫폼은 금융회사 제1의 고객 접점이다”라며 “AI, 빅데이터 등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플랫폼을 혁신하고 디지털 넘버 원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리스크 관리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주력 사업인 은행의 대출채권이 크게 불어나면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춰 총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출 원금상환 만기일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는 부실의 뇌관으로 남아있다. 이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올해 종료되면서 은행의 부실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예측불가의 시대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것은 회복탄력성 역량이다”라며 “리스크의 본질과 속도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고 기민하게 대응하자”고 말했다.
윤 회장은 “리스크 관리체계 고도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또 금융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 관리체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작년 한 해, 코로나로 많은 업종이 큰 아픔을 겪었지만 어쩌면 금융권에는 올해 그 후폭풍이 더 크게 불어올 수 있다”며 “잠재리스크는 사전에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그룹의 투자 자산들도 더욱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