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지난 18일 상장 100일을 맞이한 게임업계의 공룡 카카오게임즈가 최근 연이은 투자를 진행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바람의나라'를 만든 송재경 대표의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 ‘영원회귀’를 성공시킨 넵튠에 1900억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게임사업을 넘어 블록체인 사업을 이어가는 웨이투빗에도 전략투자를 진행하면서 사업영역 확대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 ‘영원회귀‘ 성공시킨 넵튠에 1900억 대규모 투자...최대주주 올라=님블뉴런이 개발한 PC용 MOBA 배틀로얄 게임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 흥행으로 주목받은 넵튠이 카카오게임즈로부터 1900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투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되며, 보통주 751만5336주를 신규 발행한다. 납입일은 내년 1월 15일이다. 계약이 진행되면 카카오게임즈는 넵튠 지분 31.66%를 보유하며 단일주주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앞서 넵튠과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프렌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의 개발사-퍼블리셔 관계를 시작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카카오게임즈는 e스포츠, MCN 등 넵튠의 신규 추진 사업 분야에 대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2017년 초부터 넵튠에 전략적 투자를 지속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투자로 기존 10.08%(235만8061주)의 지분율을 30%대까지 끌어올리며 한층 견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넵튠은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 사업은 물론 e스포츠, MCN, 인공지능(AI) 모델 및 버추얼 인플루언서 등 신규 사업으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의 추가 투자는 최근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의 성과가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스팀 플랫폼에서 얼리액세스 형태로 서비스 중인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은 최근 최고 동시접속자 수 5만명을 넘어서며 업계와 유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넵튠이 게임 외에도 AI사업이나 e스포츠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게임즈가 단순히 게임을 넘어 사업영역을 확장할 뜻을 이번 투자를 통해 드러냈다는 평가다.
넵튠은 지난 16일 AI(인공지능)모델 제작사 온마인드를 인수했고, 2018년 5월에는 e스포츠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에 110억원을 투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다중채널네트워크·Multi-channel network) 회사로도 유명하다.
◆ 블록체인 기반 웨이투빗에도 전략적 투자… 지분 45.8%로 최대주주 등극=앞서 지난 17일에는 블록체인 게임사 웨이투빗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주식 28만주를 추가 획득해 지분율 45.8%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과 함께 각각 게임, 블록체인 등 양사 서비스 분야에서 공동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설립된 웨이투빗은 PC 온라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스텔리아 로얄’ 등을 해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웨이투빗은 올해 6월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 진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주소혁신 플랫폼 연구과제를 수주해 주소정보를 블록체인에 담아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는 실생활 밀착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온라인 게임 지식재산권(IP)를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지역에 글로벌 퍼블리싱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웨이투빗은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약 400% 성장한 100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의 과감한 투자는 상장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 상장 전부터 투자큰손...개발역량 키운다=2016년 게임사 크래프톤을 투자한데에 이어 2018년 8월에는 라이온하트에 50억을, 2017년~2019년 넵튠에는 총 390억원 규모를 투자했으며 2019년 12월에는 e스포츠, MCN 관련 신규사업 투자를 목적으로 ATU 이스포츠펀드에 투자했다.
올해 2월에는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약 53%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올해에만 총 8개사에 투자를 진행했다. 엑스엘게임즈는 'MMORPG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곳으로 송 대표는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알만한 게임인 '바람의 나라', '리니지'를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카카오게임즈와의 만남은 2018년으로, 카카오게임즈는 그해 8월 엑스엘게임즈에 100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후 2019년 '달빛조각사'를 함께 출시한 다음 자회사로 인수했다.
남궁훈 대표는 8월 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송 대표의 개발력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엑스엘게임즈의 개발 역량과 카카오게임즈의 게임서비스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게임사로 도약하겠다는 것. 카카오게임즈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지난 8월 상장 기자간담회서부터 예견됐다. 상장 공모자금(약 3754억원)의 상당부분을 외부기업 투자에 집행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가 공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체 공모자금의 33.9%인 1271억원을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또 이중 62.5%인 794억원 가량을 내년 상반기까지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9월 상장을 통해 3800억원대 공모자금을 획득했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상장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게임 개발사들을 추가로 인수해 개발 역량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공모자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엑스엘게임즈처럼 직접 인수해서 자체 개발작을 늘리는 방향과 퍼블리싱과 투자를 병행하면서 콜옵션 조항을 추가, 퍼블리싱에 성공하면 해당 개발사를 계열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을 동시에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는 올 상반기 엑스엘게임즈, 라이온하트, 글로하우 등 게발기업에만 총 1620억원을 투자했다.
◆ 퍼블리싱 치우친 매출 구조 약점...““자체개발 속도 높이겠다”=카카오게임즈의 투자 배경에는 현재 회사의 매출 구조가 퍼블리싱에 치우쳐져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자체개발이 아닌 퍼블리싱에 치우쳐져 있는 점이 카카오게임즈의 성장성의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퍼블리셔는 개발사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므로 자체 IP를 확보하는 것과 비교해 수익성이 낮을뿐더러, 퍼블리싱에 치우친 매출 구조는 핵심 게임의 개발사가 계약 기간 종료 후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경우 수익이 급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에 매출 1505억원, 영업이익 2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을 견인한 것은 콩스튜디오의 가디언테일즈를 퍼블리싱하며 낸 수익과 자회사 카카오VX 및 신사업 매출로 구성된 기타매출이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의 매출 구조는 퍼블리싱 60%, 자체 개발 20%, 플랫폼 10%, 기타 신규 사업 10% 등으로 구분된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게임은 19개로 이 중 자체 개발작은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에서 개발한 '프렌즈타운'과 '프렌즈레이싱', '프렌즈팝콘',또 다른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한 '달빛조각사' 등이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자체 IP 확보를 통한 체질 변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게임즈도 향후 수익을 개발 60%, 퍼블리싱 20% 등으로 역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0일 공개된 하반기 최고 기대작 엘리온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것은 카카오게임즈에게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는 처음 선보인 이용권 구매 방식의 유료화 서비스를 두고 진입 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며 장기 흥행 전망에 청신호를 켰다는 평가다.
◆ 하반기 최고 기대작 엘리온, 장기흥행 청신호=블루홀 스튜디오가 개발한 엘리온은 개발에 5년 이상을 들일 정도로 공을 들인 작품이다. 특히,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9월 10일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엘리온의 흥행 여부는 회사 주가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앞서 내놨던 MMORPG '테라'와 '달빛조각사' 등이 반짝 흥행에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 상황에서 엘리온의 성공 여부는 카카오게임즈의 역량을 다시 가늠해볼 시험대인 셈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엘리온에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개발 과정의 수차례 테스트에서 유저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만큼 안정적인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크고, 지적재산권(IP) 확장과 모바일·콘솔 등 멀티플랫폼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8월 진행한 코스닥 상장을 위한 기업설명회에서도 남궁훈 대표가 직접 엘리온을 언급하며 “엘리온이 올해 최대 기대작이라면서 한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 PC 온라인 대작이 소개된 적이 한참 없었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엘리온은 이용자 간 대규모 전투와 화려한 그래픽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수천가지 조합이 가능한 '스킬 커스터마이징', '논타깃팅' 전투 액션 등이 특징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유료화 전략이 통할 지도 주목된다. 카카오게임즈는 국내 PC MMORPG에서는 최초로 '바이투플레이(Buy-to-play)'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엘리온 게임을 하려면 최소 9900원 이용권을 구매해야 한다. 다만 1번 이용권을 구매하면 평생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아이템 구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 국내 게임들과 달리 북미·유럽 등에서 통용되는 방식이다. 무분별한 이용자들의 유입을 막고, 충성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엘리온이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만큼 증권가에서도 카카오게임즈의 내년 실적 여부는 엘리온의 흥행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년 엘리온 예상 매출액은 600억원으로 지난해 PC게임 '로스트 아크'의 연간 매출액 대비 76% 수준"이라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중장기 기업가치, 내년 성장의 방향성이 엘리온 성공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