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고졸 신화’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이 연임에 성공했다. 신한금융지주는 17일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사장단 추천 및 지주회사 경영진 인사를 실시했다. 진 행장에게는 2년의 추가 임기가 부여된다.
진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성과'다. 신한금융 자경위 관계자는 “진 행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과 저금리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그룹 전체 성과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며 “고객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해 고객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등 영업방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전문가...국내·일본 오가며 실력 입증
진 행장은 1961년 생으로 서울 덕수상업고등학교(현재 덕수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진 행장이 뛰어난 업무 능력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오사카지점장을 역임할 때다. 당시 신한은행은 일본 법인인 SBJ은행 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진 행장은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 때의 공으로 진 행장은 SH캐피탈 사장을 거쳐 2014년에는 신한은행 일본 법인인 SBJ은행 부사장에 올랐고, 2년이 지난 뒤에는 SBJ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진 행장은 SBJ은행 수장으로 진두지휘 하며 법인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진 행장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에서 일하면서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창업주인 이희건 신한금융지주 명예회장도 가까이에서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지주는 1982년 설립된 신한은행에서 출발한 금융지주사다. 당시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재일교포를 주축으로 한 순수 민간자본으로 세워졌다. 지금도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지주 지분의 17%~20%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 조용병 회장의 두터운 신뢰
일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진 행장은 이후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 2017년 1월 다시 한국으로 와 신한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해 경영지원그룹장을 맡았다. 그러더니 두 달 뒤에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에 올랐다. 대개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행장보를 거친 뒤에 맡는다. 하지만 진 행장은 부행장보를 거치지 않은 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까지 곧장 내달린 것이다.
진 행장의 고속 승진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조 회장은 신한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2017년 1월 그룹 지휘봉을 잡았다. 회장으로 내정된 그에게 주어진 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는 재일교포 주주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조 회장은 일본 전문가로 통하는 진 행장을 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 행장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역임 당시 조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재일교포 주주들 사이의 연결다리 역할을 맡았다. 이에 그는 조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올해 2월 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2020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중심'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1/art_16081997927997_3ac3b3.jpg)
● 글로벌·디지털 이어 상생금융까지...경영 능력 증명
그러던 중 2018년 12월에 진 행장은 신한은행장으로 깜짝 내정된다. 당시 신한은행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의 임기는 아직 3개월 남은 상황이었다. 특히 위 행장은 임기 시절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서울시금고 유치 등 큰 성과를 냈던 터라 업계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전임자의 그림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취임한 진 행장이지만, 성공적으로 임기를 수행했다. 신한은행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2조32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올해는 순익이 작년보다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진 행장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디지털 혁신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전문가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 진 행장의 ‘전공 영역’인 글로벌 부문도 고공성장 중이다. 작년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2379억원으로 작년 대비 2% 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작성했다.
상생 금융을 위해서도 앞장 섰다. 진 행장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0 동반성장주간 기념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산업훈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활동에 큰 업적이 있는 경영자와 임직원에게 수여하는 국가 최고 등급의 포상이다. 신한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1조 8340억원으로 지난해 말(26조2461억원)에 비해 21%(5조5879억원) 급증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고객 신뢰 회복, 리딩뱅크 타이틀 획득은 과제
연임에 성공한 진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녹록치 않다. 우선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인해 하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한다. 신한은행은 환매연기된 라임펀드를 개인투자자에게 총 1697억원 판매했다. 이는 국내 금융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특히 라임 사태로 인해 신한은행의 비이자부문 경쟁력 하락도 우려되고 있다.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비이자부문의 핵심 영역인 ‘자산관리(WM)’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 3분기까지 WM부문인 신탁·펀드판매·방카슈랑스 수수료이익이 일제히 급감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리딩뱅크 타이틀을 획득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진 행장의 임기 기간 동안 신한은행은 최대 실적을 냈지만 1등 타이틀은 국민은행의 몫이었다. 올해도 국민은행이 1등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특히 올해 국민은행은 그간 약했던 해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내년을 대비한 상황이다. 진 행장의 실력발휘가 다시 한 번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