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 1월 7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던 중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1/art_16081057792619_efcb65.jpg)
[FETV=유길연 기자] 갈길 바쁜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또 다시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번 사태는 올해 초 윤 행장의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노사의 극단적인 반목의 연장선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반복되는 노사 갈등이 은행 간 경쟁에서 뒤쳐지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15일부터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근 사측과 개별임금 및 단체협상(임담협)이 결렬됐다. 기업은행 노사가 또 다시 파행으로 접어든 근본적인 이유는 윤 행장 취임 초 노사가 약속했던 6대 공동선언의 시행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대 공동선언은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와 협의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노조 추천이사제 추진 ▲휴가 확대 협의 등이다. 노조는 임담협 자리에서 임금 협상과 함께 6대 선언 실천 방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이견이 없는 임금 문제는 처리하고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 협의체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윤 행장에게 불법과 편법 경영에 대한 재검토와 개선책을 꾸준히 요구했으나 진척이 없자 노조가 외부 공론화를 택한 것”이라며 “근로조건의 논의, 행장 취임 시 노사 합의사항에 대한 교섭이 사측의 불성실로 멈춰있다”고 주장했다.
올 한해 기업은행 노사는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올 초 관료출신 윤 행장의 선임되자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윤 행장은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27일 동안 출근하지 못했다. 금융권 출근 저지투쟁 가운데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3월에는 노조가 주 52시간 근로제 위반을 이유로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당시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출 지원프로그램 업무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사측이 카드 판매 등 실적 달성에 대한 요구도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노사는 한 달 뒤 상반기 핵심평가지표(KPI)를 개선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노사의 임단협 갈등은 윤 행장의 취임 당시부터 예고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윤 행장의 취임이 계속 미뤄지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중재에 나섰다. 그 결과 노사는 6대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윤 행장은 취임 석상에 오를 수 있었다.
노사 합의문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행장 취임 지연을 끝내기 위해 다소 성급하게 맺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이번 사태를 두고 당시 노조의 요구를 급하게 들어줬지만 막상 이를 시행하기 어려워지자 연말에 갈등이 다시 터져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임금 부분은 노사가 합의에 근접했고 6대 공동선언 가운데서도 승진확대 및 인사부 감찰기능의 분리 등 일부는 시행된 상황이다"라며 "나머지 부분은 노사 합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노사 협의체를 구성해 충분한 토론을 거쳐 시행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5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1/art_16081058688366_17031a.jpg)
연말에 노사 갈등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윤 행장의 행보도 가시밭 길이 펼쳐질 전망이다. 윤 행장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실적도 개선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올해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책은행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상장사로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움직임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출 지원을 위해 역대급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기업은행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결국 실적을 끌어올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
기업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익(연결·지배지분 기준)은 1조17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610억원)에 비해 13.5% 급감했다. 기업은행의 실적 감소에는 은행의 부진이 컸다.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익(개별 기준)은 976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은행의 순익 감소는 코로나 충당금의 영향도 있지만, 영업 자체가 부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의 순수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을 나타내는 총영업이익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특히 비이자이익이 같은 기간 9.6% 급감했다.
당분간 저금리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이 수익성 악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비이자이익과 글로벌 부문이다. 하지만 두 부문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해외 법인인 중국유한공사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약 60% 급감했고, 인도네시아법인의 적자 규모(-224억원)는 다섯배 넘게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