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관피아(관료+마피아)·부금회(부산출신 금융인 모임)·호남 출신...
금융권의 대규모 인사가 이어지면서 '인맥(人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 및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금융권 수장에 특정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잇따라 선임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금융지주에는 '실업고 출신'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실력으로 금융그룹의 핵심 업무를 이끌고 있는 이들도 있다. 실업고를 나온 금융지주 인사들을 살펴봤다.
● KB금융-윤종규 회장, 박찬일 상무
올해 그룹 최초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상고 출신이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고졸 행원으로 외환은행에 입사해 은행원으로 일하며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삼일회계법인으로 자리를 옮긴 뒤 부대표를 지냈다. 국민은행에는 2002년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과 부행장을 역임했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고, 2014년 KB금융 회장에 올랐다.
박찬일 KB금융 준법감시인(상무)은 윤 회장의 광주상고 후배다. 그는 2014년 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구로동종합금융센터장에 올랐다. 작년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지주 준법감시인에 임명됐다. 당시 영업통인 그가 준법감시인에 임명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준법감시인은 임직원들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감시하는 직책으로, 보통 법 관련 경력을 가진 인물이 선임된다. KB금융은 영업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가 현장역량과 은행 내부통제시스템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적임자로 판단하고 선임했다.
● 신한금융-이병철·왕미화 부사장
부산상고를 졸업한 이병철 신한금융지주 브랜드홍보부문장(부사장)은 한국방송통신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숭실대에서 법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7년에 신한은행에 입행해 2007년 사당남성지점장에 올랐고, 2017년 신한은행 기관영업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2년 뒤 지주로 옮겨 그룹 브랜드홍보부문장에 임명됐다. 그는 올해 6월 '지역신문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봉사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왕미화 신한금융그룹 자산관리(WM) 사업부문장(부사장)은 부산진여상을 졸업했다. 왕 부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프라이빗뱅커(PB) 시절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2002년 신한은행의 초대 PB센터인 강남PB센터(현 신한PWM 강남센터)에서 신한은행 내 최초의 PB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신한PWM 방배센터장, 신한PWM 강남센터장 등을 거쳤다. 왕 부사장이 센터장으로 근무 시 강남센터는 최우수센터만 받는 '으뜸상'을 연속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 하나금융-함영주 부회장, 한준성 부사장, 박의수·박지환 전무
하나금융에서는 함영주 부회장이 대표적인 상고출신 신화를 쓰고 있다. '영업통'인 함 부회장은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서울은행에 텔러(창구 전담 직원)로 입사했다. 은행에 근무하면 단국대 야간대학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 하나은행을 거치며 가계와 기업영업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2013년 수도권이 아님에도 충청영업그룹 의 영업 실적을 전국 1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그는 2015년 KEB하나은행(현 하나은행) 초대 행장에 발탁되며 화제가 됐다.
한준성 디지털그룹 총괄 부사장는 선린상고를 졸업했다. 하나은행 전산부에 입행해 전산정보부, 이비즈니스팀, 전략기획부 등을 거쳤다. 한 부사장은 2015년 임원 승진 후 미래금융사업본부장, 미래금융그룹장 등을 맡았다. 2017년 부행장으로 승진 후 4년 간 부행장직을 유지할 만큼 최고경영진의 신뢰가 두텁다. 국내 최초 모바일 뱅킹 앱인 ‘하나N뱅크’, 전자 지갑 ‘하나N월렛’, 국내 금융권 최초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 멤버스’ 등이 모두 그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박의수 전무는 전북기계공고를 졸업했다. 하나은행 인천영업본부장을 거쳐 현재 그룹 연금신탁부문장을 맡고 있다. 박지환 전무도 청주상고 출신이다. 기업금융 전문가인 그는 그룹 투자금융(IB)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이관형 상무와 이정원 상무도 각각 덕수상고, 인천기계공고 출신이다.
● 우리금융-정석영 전무
우리금융지주 정석영 리스크관리부문 전무가 부산상고를 나왔다. 정 전무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LG증권)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96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상업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딜러로 일했다. 그는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는 등 국·내외에서 투자은행(IB)부문과 예대업무 부문 모두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1년에는 러시아법인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짧은 기간 안에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주변을 놀라게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6년 서대문영업본부장을 맡았고 2019년 상무로 승진해 리스크관리총괄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