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적자 기업 꼬리표가 달라 붙어있는 HMM(옛 현대상선)에 잇따른 호재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에는 1년 흑자 가능성이 예상되고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며 전환사채(CB)까지 발행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운임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수익 극대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변수가 끼어있어 과대평가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HMM]](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250/art_16073863686686_66af7f.jpg)
◆긴 터널 끝난다... 2020년 흑자 기업 예고된 HMM=2개 분기 연속 흑자전환을 이뤄냈던 HMM은 4분기까지 흐름이 이어져 지난 2011년 이후 9년 만에 연간 흑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7일 기준, HMM의 올해 영업이익을 8210억원으로 예측했다. 이는 전년(-2997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개선된 것이다.
주가는 최근 사흘연속 하락했지만 1만원 선에 안착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2일, HMM의 종가는 3750원이었지만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지난달 5일에는 1만150원까지 뛰었다. 주가가 1만원을 돌파한 건 지난 2016년 8월2일 이후 처음이었다. 같은 달 13일에는 1만4400원까지 올라 한 달 동안 52%나 급등하기도 했다.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주가 회복에 힘입어 HMM은 이달 10일, CB발행을 진행하기로 했다. 장기간 적자기업에 머물러 채권단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던 시절을 뒤로하고 3년 만에 자본시장에서 직접 투자자들을 모집하게 된 것이다. 전환가액은 지난 2일, 1만2850원으로 확정됐다.
◆운임비도 오르는데... 곡소리는 왜 나올까=해상 운송비를 뜻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4일 기준 2129.26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80.99p(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SCFI가 처음 집계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2주 연속 2000선을 넘겼다.
운임이 폭등하면서 HMM의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당분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의 경우 북미항로 물량의 절반은 1년 단위 계약으로 이미 운임이 확정됐다”며 “SCFI가 2000p를 넘겼다고 컨테이너 선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이 비례하게 증가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운임지수가 급등한 이유는 컨테이너 박스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해운업계는 코로나19로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해 일제히 선복을 줄였고 기존 선박을 수리·정비에 들어갔다. 이후 언택트(비대면) 수요가 증가하면서 소비심리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육상 물류 운송이 지연되자 컨테이너가 방치되기 시작했고 결국 컨테이너 부족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컨테이너 공급 증가율은 2% 내외인데 수요증가율은 3분기부터 이를 상회하기 시작했다”며 “컨테이너 용선시황도 초강세 국면으로 용선료는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라고 분석했다.
컨테이너 박스의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전 세계 컨테이너 박스 생산량 가운데 85%를 독점하고 있는데 중국 국제 해상 컨테이너 그룹(CIMC) 등 박스 업체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고 고판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1TEU(가로 6미터 길이의 컨테이너)의 가격은 연초 1800달러였지만 최근에는 3000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의 수주 잔고가 내년 상반기까지 확보된 것으로 보여 컨테이너 박스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발(發)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으로 HMM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올해 연결기준 미주지역에서만 전체 매출 가운데 40%에 달하는 1조76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미주노선으로 운항되는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컨테이너를 회수하지 못하면서 HMM의 정시성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미주 노선의 물동량은 3분기부터 회복조짐을 보이더니 지난 9월에는 31% 이상 증가해 초강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자 주택거래가 크게 늘어났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확산에 따라 가구수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Bloomberg)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신규주택판매는 95만9000건으로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미국의 월별 가구 수입은 3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컨테이너 수입량 Top 100 업체 가운데 가구 등 주택관련 업체들의 수입량은 무려 27.5%였다”며 “이들이 수입하는 연간 컨테이너박스 수가 월마트, 타겟 등 일반 소매유통업체들의 수입량보다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피가 큰 제품군이 컨테이너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을 의미 한다”고 전했다.
HMM의 경우 미주 서안 노선 비중이 35%에 달하는데 정시성은 지난 10월 기준 37.4%에 그쳐 조사 업체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함부르크수드, 머스크라인 등 7개 해운사의 경우 미주 노선 비중이 10~18%에 그치는 반면 유럽/남미 및 대서양 항로의 서비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정시성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정시성은 정해진 컨테이너 입출항 스케줄이 정확하게 지켜지는지를 의미한다.
HMM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와 정시성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정시성 제고를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