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권지현 기자] 20여일 뒤면 2020년 한해가 저문다. 올 한해 보험업계는 코로나 대응과 디지털 전환 등 새로운 시대 준비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장 선출부터 잇단 인수합병(M&A), 창립 68년 만의 삼성화재 노동조합 설립까지 올 해도 보험업계엔 굵직한 사건 사고가 있었다. 2020년 보험업계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 생명·손해보험협회 수장 교체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생명·손보협회의 새로운 회장이 선출됐다. 협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정희수 생보협회장은 전직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정치인 출신 생보협회장 선임은 39년 만이다. 정지원 손보협회장은 금융위원회 출신이다. 이익단체로 ‘대관’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생·손보협가 정부, 국회 등 관련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두 사람이 '출신'을 넘어 '실력'으로 업계를 대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코로나 반사효과...보험사 실적 ‘선방’
코로나19 사태로 자동차 운행과 병원 이용이 줄면서 보험사들의 실적도 덩달아 개선됐다. 올 9월까지 국내 보험사가 벌어들인 순익은 1년 전보다 3195억원 늘어난 5조5747억원이다. 이는 업계의 고질적인 적자 요인인 '손해율' 증가폭이 다소 둔화됐기 때문이다. 손해율은 보험료 대비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금리하락에 따라 이자수익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장기보험 손실이 줄어들면서 전체 순익이 늘었다.
● 금융지주의 잇단 보험사 인수
금융지주들이 보험사를 품에 안았다. 지난 4월 KB금융그룹은 알짜 매물로 평가받던 푸르덴셜생명을 2조2650억원에 인수했다. KB금융은 계열사 이익 규모가 은행에 이어 2위권인 보험업에서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그룹의 이익 기반도 더욱 확대됐다. 새 대표이사에는 푸르덴셜생명 출신의 민기식 전 DGB생명 사장이 선임 됐다. 3월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그룹은 6월 ‘하나손해보험’으로 새출발을 알렸다. 하나손보는 하나금융의 첫 손해보험사이자 하나금융지주의 14번째 자회사이다. 초대 대표에는 인수단장을 맡아 인수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권태균 사장이 선임됐다.
● 삼성화재, 68년 만에 노동조합 결성
1952년 설립된 삼성화재는 올 2월 창립 68년 만에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에 이어 네 번째다. 오상훈 노조위원장은 지난 7월 최영무 대표이사와 만남을 갖고 노사 관련 의견을 나눴다. 최근 노사는 단체협상에 합의했지만 임금 미지급 갈등, 법인보험대리점(GA) 매니저 고용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을 남겨두고 있다.
●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 출범
올 1월 캐롯손해보험이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했다. 캐롯손보가 시장에 내놓은 ‘스마트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ON 해외여행보험’은 업계는 물론 보험 가입 기간에 제약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 젊은층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까지 출시한 보험 상품 11개 중에서 특허 획득 2건, 배타적사용권 획득은 4건에 달한다. 6월엔 하나손해보험이 디지털 손보사로의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 '자사형 GA' 경쟁력 강화 나선 보험사
원수보험사들의 자사형 GA 경쟁력 강화도 눈에 띄었다. 신한생명은 6월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의 출범을 알린 데 이어 GA업계 5위 리더금융판매의 영업조직 일부를 인수하고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해상과 하나손보는 자회사 GA 사업 진출을 논의 중이며, 미래에셋생명은 전속 설계사를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의 분리를 의미하는 ‘제판분리’ 체계에서 GA업체에 판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보험사의 견제로 풀이된다.
● ‘미니보험’의 인기몰이
250원 암보험, 990원 자동차보험, 자전거보험 1350원, 골프보험 1570원... 커피값보다 저렴하다 못해 500원짜리 동전 몇 개로도 가입할 수 있는 미니보험. 올해는 소액단기보험이라 불리는 미니보험이 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보험사들이 기존 상품보다 훨씬 저렴하고도 필요에 맞는 시간과 때에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보험업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
자본금 10억원으로 보험사를 차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지난 9월 국회 정무위원회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보험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대폭 줄여 ‘소액 단기전문 보험업’ 도입이다. 현행 법령상 보험업 영위에 많은 자본금(생명보험·자동차보험 200억원, 질병보험 100억원)이 요구됨에 따라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쉽지 않다. 보험업법 개정이 완료되면 소규모 자본으로 소비자의 실생활에 밀착된 소액·간단 보험을 취급하려는 사업자의 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본격화
내년 7월 1일이 되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쳐져 ‘신한라이프’로 출발한다. 자산 규모로 생명보험업계 4위의 대형 보험사가 새로 탄생하게 된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9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인수했다. 신한생명은 설계사(FC)조직, 오렌지라이프는 텔레마케팅(TM)이 강점인 만큼 신한금융은 양사의 시너지를 통해 비은행 부문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초대 통합법인의 최고경영자(CEO)에 누가 낙점될지에 업계의 이목이 모아진다.
● 삼성·한화생명 '시련의 계절'...금감원 중징계
생명보험업계 ‘빅2’가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았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등 중징계를 부과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이 약관에서 정한 '암 보험' 입원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대주주와의 거래제한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9월에는 한화생명이 대주주 거래 제한 위반 등으로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중징계안이 최종 확정되면 양사는 향후 1년간 신산업 진출 길이 막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