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아주캐피탈을 품에 안은 우리금융이 내년 증권사를 비롯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선다. 현금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비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내부등급법 전환이 완료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를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적극적인 M&A로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최근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화되고 우리금융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자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아주캐피탈 인수를 발판 삼아 내년에 대형 M&A에 뛰어들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M&A 1순위는 증권사다. 올해 대형 증권사를 소유한 주요 금융지주들은 실적 증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에 대규모로 풀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증권사들은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크게 늘었다. 증권사는 주요 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아주캐피탈 인수를 결정한 점도 우리금융의 대형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추이 [자료제공=우리금융지주]](http://www.fetv.co.kr/data/photos/20201148/art_16061766200341_2034f4.png)
우리금융 사이즈에 맞는 증권사를 인수하려면 자기자본 2조원이 넘는 중·대형급이 돼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출자여력은 약 6조원 정도로 충분하다는 평가다. 현금 확보도 큰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더라도 금융사 M&A의 경우 인수가격이 인수 대상 기업의 순자산가치(자기자본)를 넘기는 일은 드물다. 무리하게 현금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으로부터 결산 배당을 끌어와 M&A를 위해 7000억~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이자비용과 BIS비율을 고려해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선순위채, 후순위채를 적절히 발행하면 2조원대의 현금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으로부터 내년에 중간배당을 받는 것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선순위채 발행은 이자비용 부담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선순위채는 부채로 인식되지만 영구채에 비해 발행금리가 보통 2%포인트(p) 정도 낮다. 지난 9월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최초로 2000억원 규모의 선순위채를 발행했다. 우리금융은 그 동안 BIS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왔다. 하지만 자본적정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자 선순위채를 발행했다.
다만 증권사 인수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은 걸림돌이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영구채, 후순위채 발행으로 비율을 끌어올릴 수 없어 한 번 하락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9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0.4%로 지주사출범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넘겼다.
금융당국이 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내부등급법을 일부 자산에 적용할 것을 승인한 영향이다. 다시 10% 밑으로 하락한다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보통주자본은 금융사의 부실 상황에서 회사가 갚지 않아도 되는 자금으로, 위기 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우리금융이 대형 M&A에 나서기 위해서는 내부등급법 완전 승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금융 자산 가운데 아직 내부등급법이 적용되지 않는 부분은 외감법인과 신용카드다. 당국의 승인 시점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만약 내년에 이뤄지면 보통주자본비율은 그만큼 더 상승하게 되고 대형 M&A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전환이 완료되면 M&A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인수를 위한 다양한 방식이 있는 만큼 좋은 매물이 나오면 검토 후 비은행부문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