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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리포트] "바젤Ⅲ 기준 맞춘다"...기업은행, 자사주 소각

"자본규제 변경에 따른 조치...주가 부양과 관련 없어"

 

[FETV=유길연 기자] 기업은행 주가가 자사주 매각 결정에 힙입어 급등했다. 통상 기업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방식은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이 있다. 이중 가장 강력한 주주친화 정책이 자사주 소각이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의 자사주 소각은 자본규정 변경에 따라 영구우선주를 처분한 것으로 주가 부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기업은행은 자기주식(영구우선주) 4484만7038주를 취득·소각하기로 결정했다. 기업은행이 소각한 영구우선주는 지난 2008년 12월 18일 정부와 체결한 ‘상호반환계약서’에 따른 것이다.  당시 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기업은행은 보통주(3749만3515주)와 영구우선주를 발행해 총 5000억원 가량의 자본확충을 실시했다. 정부는 기업은행의 신주를 받는 대가로 보통주에 대해서는 총 2758억원에 해당하는 신세계 주식과 우선주에는 2242억원에 해당하는 한국도로공사 주식을 기업은행에 제공했다. 이번에 기업은행은 정부 소유 영구우선주를 사들이고 도로공사 주식을 정부에 넘겼다.

 

자사주 소각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은행의 주가는 급등했다. 자사주 소각 결정 공시 다음날인 20일 기업은행의 주가는 전일에 비해 2.75%(250원) 오른 9330원을 기록했다. 주요 은행주들이 이날 주가 부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비고해 큰 폭의 상승이다. 이날 주가가 오른 신한금융지주(0.75%)에 비해서도 3배가 넘는 상승률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자사주 소각 결정은 주식가치 상승과는 큰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영구우선주는 전환우선주와 달리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이 붙지 않아 소각되더라도 주당순이익(EPS) 등 주식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업은행이 영구우선주를 소각한 직접적인 이유는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관리·감독하기 위한 국제 기준인 바젤Ⅲ 도입에 따른 자본규정 변화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소각한 영구우선주는 발행 당시만 해도 바젤Ⅱ가 적용됐다. 바젤Ⅱ 아래서는 영구우선주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인정돼 기타자본(Tier1)으로 포함됐다. 기업은행은 당시 영구우선주 발행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져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을 위한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바젤Ⅲ가 2013년 12월 도입되면서 기업은행의 영구우선주는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바젤Ⅲ는 영구우선주가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금융사의 부실 상황(경영개선명령) 등이 있을 때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원금이 감액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롭게 마련했다. 이 조건이 없는 신종자본증권은 경과규정의 적용 대상이 돼 매년 10%포인트(p)씩 자본인정금액이 차감된다.  

 

이 계산대로라면 오는 2022년 1월 1일에 기업은행의 영구우선주는 모두 자본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 기업은행은 자본으로서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는 영구우선주를 도로공사 주식을 주는 대가로 다시 사들이고 처분한 것이다. 또 영구우선주를 발행한 대가로 받은 도로공사 주식의 처분은 위험가중자산이 줄어 BIS비율 상승의 효과도 예상된다. 바젤Ⅲ최종안에 따르면 은행이 투자해 소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250%다. 은행 입장에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자본비율 관리에 불리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당에 대한 기대도 이번 자사주 소각과는 연관성이 적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의 주가 급등은 주당배당금(DPS) 상승에 대한 기대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커진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영구우선주 소각이라 장내에서 보통주를 매입하는 소액주주들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은행의 주가 상승은 배당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라며 “자사주까지 소각하는 마당에 올해 소액주주의 DPS가 괜찮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길 수는 있지만, 우선주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고”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