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입성하는데 실패했다. KB금융 이사회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성과를 내면서 우리사주의 사외이사 추천 명분이 약해졌다는 관측이다.
KB금융은 2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에 대한 신규 선임안을 상정했고 부결됐다. 윤순진 후보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안은 발행주식 총수 대비 찬성률 3.48%, 출석주식수 대비 찬성률 4.62%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류영재 후보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안도 발행주식 총수 대비 찬성률 2.86%, 출석주식수 대비 찬성률 3.80%의 동의로 통과되지 못했다.
우리사주는 이번까지 포함해 총 네 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앞서 우리사주조합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당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 연대 공동대표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작년에는 백승헌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이 KB금융 자회사인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을 수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 상충 문제로 자진 철회한 바 있다.
우리사주가 이번 사외이사 후보 추천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ESG 경영 강화다. 우리사주는 KB금융의 ESG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가 ESG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사외이사를 구성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이에 대한 전문가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금융경영(2명), 재무(1명), 회계(1명), 법률·규제(1명), 리스크 관리(1명), 소비자 보호(1명) 등 총 7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에 국내 ESG 전문가인 윤 교수와 류 대표를 추천했다.
우리사주가 사외이사 선임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임의 ‘정당성’이 중요했다. 우리사주의 KB금융 지분율은 현재 1.73%에 그치고 있다. 주총에서 표대결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관건이다. 우리사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가 임명돼야할 이유가 설득력이 떨어지면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없다.
명분 싸움에서 KB금융 이사회가 승리했다는 것이 금융권의 주된 해석이다. 이사회가 주총을 앞두고 ESG 경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우리사주의 설득의 이유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은 최근 미국S&P다우존스인덱스가 발표한 2020년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서 5년 연속 월드 지수(World Index)에 편입됐다.
특히, 우리사주가 핵심 문제로 지적한 지배구조ㆍ경제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0월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주최한 '2020년 KCGS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ESG우수기업 부문 금융회사 1위인 ‘ESG 최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전 부문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이사회의 성과가 이어지자 세계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이어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도 우리사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또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KB금융 주주의 다수를 차지하는 해외투자자들은 ISS 의견에 반대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사주는 표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우리사주는 내년에도 사외이사 추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사회가 ESG 경영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사외이사 추천의 명분에 대해서는 재검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류제강 KB금융 우리사주조합장은 “내년에도 사외이사 추천은 이어갈 것이다”라며 “다만 이사회가 ESG 경영을 잘했다는 이유로 이번 사외이사 후보 안건이 부결된 만큼 내년에도 ESG를 추천 이유로 내세울지는 좀 더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