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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포털공룡·유통공룡 손잡았다"...네이버-CJ 연합군 유통판 흔든다

네이버-CJ그룹 계열사, 총 6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 투자 진행
이커머스 거래액 1위 네이버쇼핑, CJ대한통운 물류 인프라 얻는다
이재현 회장, 그룹 체질개선 속도↑...식품·물류·콘텐츠 삼각편대 강화
미국 아마존 프라임처럼 CJ-네이버 멤버십 결합 움직임도 있어
신세계, 롯데, 쿠팡 등 코로나19 속 투자 지속...이커머스 경쟁 불 붙는다

 

[FETV=김윤섭 기자] 포털공룡 네이버와 유통공룡 CJ가 손을 잡았다. 서로의 약점을 매울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평가와 함께 코로나19 시대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을 떠오른 이커머스 업계 등 유통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통업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 네이버-CJ그룹 계열사, 총 6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 투자 진행=네이버와 CJ그룹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6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기로 했다. CJ그룹이 네이버의 자사주 1.28%(6000억원)을 확보하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자사주 7.85%(3000억원) ▲CJ ENM 자사주 4.99%(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신주 6.26%(1500억원)를 갖는 구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콘텐츠, 물류에 있어 독보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는 CJ 그룹과의 협업으로 국내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해나가고자 한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강화하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은 “이번 제휴는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두 기업이 만나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만남을 두고 서로간의 최적의 파트너를 찾았다는 평가와 함께 단순한 제휴가 아닌 동맹, 혈맹을 맺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가 다른 기업과 지분을 맞교환한 사례 중 최대 금액인 데다, CJ그룹이 국내 대기업과 상호 지분투자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17년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를 교환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지만, 규모는 5000억원에 머물렀다.

 

 

◆ 이커머스 거래액 1위 네이버쇼핑, CJ대한통운 물류 인프라 얻어=우선 네이버입장에서는 CJ대한통운이라는 국내 1위 물류사업자와 함께 쇼핑시장에서 더욱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쇼핑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 배송 인프라 경쟁력을 단숨에 최상의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지난 4월부터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네이버쇼핑에서 상품을 주문 시 CJ대한통운 풀필먼트 센터에서 상품이 출고돼 24시간 내 전국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또 CJ대한통운이 보유한 글로벌 인프라를 통해 해외 직구와 역직구를 모두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네이버가 CJ와 동맹을 맺게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커머스 거래액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네이버쇼핑의 질주는 더욱 무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쇼핑의 예상 거래액을 전년대비 51.6% 성장한 30조3000억원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을 돌파하며 쿠팡, 이베이코리아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네이버쇼핑은 한성숙 대표가 네이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사업으로 지난해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도 네이버쇼핑은 네이버의 실적을 앞장서서 견인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 2분기 매출 1조9025억원. 영업이익 2306억원, 당기순이익 90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7%, 영업이익은 79.7% 증가한 수치다 .한 대표는 2분기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던 원인 중 하나로 ‘네이버쇼핑’을 꼽았다.

 

한 대표는 “온라인 쇼핑 증가와 성과형 광고(이용자의 행동이 있을 때 광고비가 부과되는 방식) 확대, 네이버 파이낸셜과 웹툰, 클라우드 등 신사업 성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모바일 시장 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네이버 결제 금액이 1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 이재현 회장, 그룹 체질개선 속도↑...식품·물류·콘텐츠 삼각편대 강화=CJ그룹은 이번 동맹으로 약점으로 꼽혔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이재현 회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오고 있는 그룹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게됐다. 특히 콘텐츠 강자로 꼽히는 CJ ENM과 플랫폼 공룡 네이버와의 만남은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사는 콘텐츠 제작 펀드를 포함해 3년간 3000억 원의 투자를 하고, CJ의 콘텐츠 IP·네이버 웹툰 IP를 활용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하며, 브이라이브(V Live), 라인, 티빙 등 플랫폼간 협업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현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CJ제일제당(식품)·CJ대한통운(물류)·CJ ENM(미디어) 등 3대 주력 계열사를 중심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은 월드베스트 전략을 선포하며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를 통해 그룹의 외형성장에 힘을 쓰던 전략에서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수익성 중심으로의 전략으로 궤도를 변경해 올해 코로나19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선 코로나19사태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외식사업의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CJ푸드빌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300여개의 매장을 가진 뚜레쥬르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이번 매각 시도는 외식 사업을 중심으로 CJ푸드빌을 재편하는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현금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해에는 커피전문점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당시 투썸플레이스는 CJ푸드빌의 다른 브랜드보다 이익기여도가 높은 알짜브랜드였다.

 

CJ CGV도 몸집줄이기에 나섰다. CGV는 향후 3년간 전국 직영점 119개 중 35~40개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더 큰 출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지난 7월에는 324억원 규모의 베트남 현지 부동산 법인 지분을 모두 매각했으며, 지난 연말에는 중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법인 CGI홀딩스 지분 28.57%를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PE 컨소시엄에 팔았다.

 

이 회장의 과감한 새판짜기의 배경에는 CJ제일제당이 있다. 지난 2분기 코로나19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든든한 뒷받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9209억원으로 7.4%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00.1% 개선된 158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해외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식품·바이오 등 전사 해외사업이 성장해 해외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CJ제일제당은 이번 3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6조3100억원, 영업이익은 47% 증가한 4011억원으로 예상한다"며 "3분기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3819억원에 부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동맹을 넘어 혈맹이라는 평가를 듣고있는 두 공룡의 만남이 유통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계의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