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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뷰] '위기관리 전문가' 윤종원 기업은행장, 코로나19 극복 앞장

 

[FETV=유길연 기자] '위기에 강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선봉장이었던 윤 행장은 ‘혁신·바른경영’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적극 지원하고 신성장 동력 육성에 나서 코로나19 사태를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 거시 경제 전문가, 금융위기 조기 극복에 앞장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1960년 12월4일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무부,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 경제부처를 두루 거쳤다.

 

그의 능력이 발휘된 순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다. 윤 행장은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한국 경제에 몰아쳤던 2009년 2월13일 이명박 정부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강만수 전 장관의 고환율 고성장정책에서 확장적 거시정책으로 방향으로 틀었다. 

 

윤 행장은 이를 바탕으로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팀을 진두지휘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과 일자리사업,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추진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던 2009년 0.3% 경제 성장을 기록하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10년에는 8년만의 최고 성장률인 6.2%를 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2011년에는 안정적 경제정책으로 다시 돌아섰다.

 

● ‘포용적 성장 모델’ 전도사, 소득주도성장 운전대 잡다

 

윤 행장은 국제기구에서도 전문성을 쌓았다. 그는 2015년 10월8일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로 임명됐다. 2016년 12월12일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 된 지 20주년을 기념해 ‘OECD에서 대한민국 행복 찾기’ 책자를 발간했다. 20년 동안의 성과와 과제 등을 정리하고 OECD에서 논의하는 포용적 성장 모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2017년 2월 OECD 연기금 의장을 맡아 2017년 11.2%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 주식 투자를 다변화하면서 채권 투자 비중을 낮추고 대체투자 비중을 높인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 동남아 경제전망 협의그룹 공동의장, 인도네시아 자문그룹 의장, 동남아 지역프로그램 의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거시경제정책·글로벌 전문성을 인정받아 윤 행장은 2018년 6월26일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임명됐다. 특히 OECD대사로 활동하면서 OECD의 포용적 성장정책을 강조했던 경력이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와 맞아떨어져 경제수석으로 낙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행장은 경제수석으로 임명될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성장은 OECD에서 얘기하는 포용적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난 30년 동안 개방화되고 기술 혁신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소득 격차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가 많이 악화됐다”며 “그런 부분을 방치하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 패턴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게 OECD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윤 행장의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이해도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수장 자리를 맡는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행장 취임까지 험난했던 여정...코로나19 지원 선봉에 나서다

 

정책영역에서 30년 가까이 지내온 윤 행장은 지난해 말 신임 기업은행장 자리에 내정되면서 현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관의 연속이었다. 관료 출신 인물이 기업은행 수장을 맡는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기업은행장은 지난 2010년 조준희 전 행장을 시작으로 10년간 내부출신 인사가 은행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다시 관료 출신이 지휘봉을 잡는다는 소식에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윤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윤 행장은 금융권 최장기간 출근저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후 노사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여당까지 나서면서 윤 행장은 임명 후 27일 만에 가까스로 취임식 단상에 오를 수 있었다. 

 

뒤늦게 취임한 윤 행장의 행보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우선 조직 2인자로 통하는 전무이사 인사가 계속 미뤄졌다. 기업은행은 통상 연초에 임원급부터 실무자들까지 ‘원샷 인사’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취임이 한 달 가량 늦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2인자 자리를 두고 노조와 사측이 갈등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결국 전무 인사는 3달 가까이 늦어진 지난 3월19일에 이뤄졌다. 이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마무리됐다. 

 

바람 잘 날 없던 윤 행장에게 시련은 또 찾아왔다. 올 2월부터 코로나19 충격이 전 세계를 뒤덮었다. 윤 행장이 지난 2008년 당시 겪었던 위기가 다 시한 번 찾아온 것이다. 이에 윤 행장은 정부와 당국과의 협조 아래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은행은 1차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대출 한도인 총 5조8000억원을 한달 만에 전부 소진했다.

 

대출 지원 정책의 성공 여부는 빠른 집행이었다.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은 당장 고정비 지출을 위한 ‘급전’이 가장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소진공 대출 심사를 신속히 진행했다. 이에 신청 수는 소진공에 몰렸지만 대출 소진은 기업은행이 가장 빨리 성공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2차 대출을 시행하면서 적용 예정 금리인 연 3~4%대 수준에서 연 2.8%로 인하했다. 또 비대면으로 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윤 행장의 기민한 판단과 실행이 빛났다는 평가다. 

 

● '고객 신뢰 회복·수익성 향상' 해법 찾을까 

 

윤 행장의 남은 임기 동안 해결해야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사모펀드 사태로 실추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6~7월 판매한 라임레포플러스 9M 펀드 가운데 302억원이 올해 환매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 각각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 지연됐다. 

 

이에 기업은행은 투자금 50%를 선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고객 신뢰 회복이 좌우될 전망이다. 특히 윤 행장이 핵심 경영 가치로 ‘바른경영’을 내세운 만큼 사모펀드 사태 수습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란 평가다. 

 

또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익성 향상'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숙제다. 기업은행의 6월 말 기준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율·NIM)은 1.65%로 작년 동기에 비해 0.24%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6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 수익성 하락과 함께 코로나19로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결과 기업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8166(연결·지배지분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7% 급감했다. 더구나 최근 5대 시중은행들도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기업은행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