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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뷰] ‘멀리 보는 원칙주의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회장

ESG 투자 확대 등 사회적 책임 다하기 앞장
눈앞의 이익보다 '사람'...자녀 경영 수업도 '원칙대로'

 

[FETV=이가람 기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석탄 사업에 대한 출자 중단을 결정해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가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내린 결단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는 평소 '원칙'을 중시하고 멀리 내다보는 힘을 지닌 김 회장에 걸맞은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기존 1400억원을 투자한 석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정부의 그린 뉴딜 사업에 동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과 관련된 10개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도 발 빠르게 선보인 바 있다. ESG 투자도 확대하기로 했다. ESG는 환경보호, 사회공헌, 윤리경영의 약자다. 주로 지분 투자, 회사채 인수, 관련 펀드 조성,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착한 기업’에 자금을 댄다.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00억원 가량을 투척하는 등 약정액 기준 8000억원 규모의 ESG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판단을 내린 장본인인 김 회장은 1963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재벌가 후계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원산업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입사 전 신분을 숨긴 채 참치 잡이 원양어선에 올라 수개월간 하루 18시간씩 선원들과 함께 일한 일화는 유명하다. 게이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1991년에는 동원증권 명동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이후 채권부 대리, 기획실 과장, 뉴욕사무소 차장을 역임하고 2004년 동원증권 대표이사가 됐다. 2005년에는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11년부터는 부회장 직함을 달았고, 올해 초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우직한 기상의 소유자로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이는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너 경영을 하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전문적이라는 설명이다. 30년 가까이 증권업계에 종사한 김 회장의 실력은 한국투자증권의 성적으로 증명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6월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 5조3000억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증권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362억원과 6844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4년째 선두를 지켜냈다.

 

 

김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하반기 장남인 김동윤 씨도 한국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3세 경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김 회장이 현장 업무 위주의 경영 수업을 선택한 것이다.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친 동윤 씨는 지난해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절차를 통해 증권가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분 보유 없이 한국투자증권 강북센터지점에 배치돼 동기들과 동일한 환경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동윤 씨에게도 공개 채용으로 입사하는 것을 권유했을 만큼 신입 사원 채용을 중시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기업 채용 시즌이면 대학교 캠퍼스를 직접 돌며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인재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줬다. 실제로 한국투자증권에는 일반 전형 외에도 외국대학 출신, 장교 대상, 예비 애널리스트 선발 대회인 리서치 챌린지 등 다양한 인재 발굴 방법이 존재한다. 채용 인원 또한 증권사 최대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채용 시장이 문을 굳게 걸어 닫았을 때에도 비대면 면접을 검토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인원은 약 80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반기에도 신입 사원을 뽑을 계획이다. 불황이지만 청년과 사회를 위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김 회장의 뜻이 굳건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의 인재 사랑은 계열사 내 장수 CEO들이 많은 것으로도 증명됐다. 멀리가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 사업을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CEO 교체가 유난히 잦은 증권업계에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여덟 번 연임에 성공한 뒤 지난해 초 부회장에 오른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사장도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투자사를 이끌고 있다. 조홍래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도 4년이 넘도록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수장으로 임명됐던 남영우 한국투자저축은행 사장 역시 10년을 채우고 물러났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도 11년이 넘는다. 

 

시장의 변화에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업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김 회장에 이어 3세까지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프로필
▲1963년 전남 강진 출생 ▲1987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1년 게이오대 대학원 졸업, 동원증권 명동지점 입사 ▲2004년 동원증권 대표이사 ▲2005년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2011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2020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