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코로나19로 불황에 빠져있는 조선업계가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상반기가 마감됐지만 극심한 수주 가뭄속 목표달성은 벌써부터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삼성중공업은 2분기에도 조선 3사중 유일하게 적자가 예고됐다. 하반기 수주에도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규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던 남준우 사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분기 953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전분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7년 4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적자가 예고된 것이다. 반면,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지주와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806억원과 805억원의 흑자가 예측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년 동안, 조선부문 수주목표를 2년 연속 90%까지 달성해 3년 만에 흑자전환이 기대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올해 한 해 적자가 1341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희망고문’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 유가가 급락하고 시추선 가동률과 운임이 떨어져 드릴십 장부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은 매출이 올라야 수익성이 회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선박건조 원가 중 조선기자재의 비중이 약 6~70%에 달하기 때문에 만들 배가 없으면 수익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조선업을 고려하면 매년 ‘곳간’을 채워야 하지만 코로나19 악재가 터지면서 삼성중공업의 불황이 지속될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중공업의 강점으로 분류되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로 발주 기대가 높았지만 사측은 상반기 목표수주(84억 달러)에 6%를 채우는데 그쳤다. 코로나19로 인해 저유가 국면이 지속됐고 전 세계 발주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기준, LNG선의 전 세계 발주량은 전년 대비 30% 수준에 그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LNG선 비중이 전체 수주 중 약 56%에 달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지주(33%), 대우조선해양(31%)보다 의존도가 높았다. LNG선 발주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실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영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가 선물해준 100척 규모의 LNG선 계약도 삼성중공업의 실적 개선에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QP는 지난달, 조선3사와 23조6000억원 규모의 LNG선 ‘슬롯’ 계약을 맺었다. 슬롯은 선박을 건조하는 공간으로 아직 발주량은 정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발주가 이뤄지더라도 각 사가 확보하게 되는 일감은 30척 안팎이다.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하면 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건조를 시작해도 한 해 만들 수 있는 선박은 5~6척 가량에 불과하다. LNG선 한척 당 건조가격이 약 226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은 한 해 동안 약 1조1300억원을 챙길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기록한 매출(7조3497억원) 대비 15.4%에 불과한 수준이다. QP가 중국 ‘후동중화조선’과 16척 규모의 LNG선 계약을 맺은 점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일감이 줄어들 여지가 남아있다.
남준우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시점을 "2019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년 대비 영업손실 규모는 오히려 51% 증가했다. 사측은 하반기 모잠비크와 러시아 노바텍에서 발주가 예상되는 LNG선 수주를 기대하고 있지만 상반기 조선업 발주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조선업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2015년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이 6년 연속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