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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4년 만에 메리츠화재 지분을 6%까지 늘린 까닭은

재무·수익성 등에 대한 긍정 평가 반영...당기순이익 등 지표서 확인
'5%룰' 완화도 요인...'호실적' 이끈 김용범 부회장 리더십 돋보여

 

[FETV=권지현 기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4년 만에 메리츠화재 지분을 6%대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은 통상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곳에 투자를 한다. 따라서 메리츠화재에 대해 지분을 늘린 것은 메리츠화재의 재무·수익성 구조 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5월 18일 메리츠화재 지분 1.02%에 해당하는 115만7291주를 장내 매입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의 메리츠화재 지분은 5.02%(570만주)에서 6.04%(686만주)로 늘어났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11일 메리츠화재 주식 0.03%를 매입해 지분을 5.02%까지 획득한 바 있다. 1년 만에 다시 지분율을 1% 이상 늘린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2월 지분이 5.89%로 떨어진 이래 4년 만에 다시 6%대로 높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2010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메리츠화재 지분율을 6%대 이상으로 꾸준히 유지해왔었다.

 

 

이 같은 상황에는 투자자의 '5% 룰' 완화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5% 룰’은 개인이나 기관이 상장·등록된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5% 이상 보유한 지분에 대해 1% 이상의 지분 변동이 발생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5일 이내에 주식 보유목적과 변동사항을 보고·공시해야 하는 제도다.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라고도 한다.

 

지난 2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5% 룰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주식 매입 시 투자목적에 ‘경영참여’ 혹은 ‘단순투자’ 여부만 밝히게 돼 있었다면, 개정안은 '일반투자'를 신설해 기관들의 공시 부담을 줄이면서도 일정 부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배당 확대, 지배 구조 개선 관여 등 한층 강화된 주주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룰 완화 이후 국민연금이 지난 5월 처음으로 추가 매입한 메리츠화재 주식 1.02%에 대한 보유목적은 ‘단순투자’다. 그러나 추후 주식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메리츠화재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지난 2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기업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 바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네 차례에 걸쳐 메리츠화재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온 점도 주목할만하다. 국민연금이 이와 같은 움직임에는 메리츠화재의 ‘호실적’이 큰 몫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화재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76억원으로 전년 동기(658억원) 대비 6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1년 전(2308억원)보다 28.9% 감소한 16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다른 손해보험사들이 상대적으로 자동차보험에 집중할 때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중심의 영업 전략을 구사한 것과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운용이익률 및 자동차 손해율 등이 올 1분기 당기순이익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5월 정기평가를 통해 메리츠화재 보험금지급능력평가 신용등급을 ‘안정적(AA+)’으로, 후순위채 신용등급을 ‘안정적(AA)’으로 평가했다.

 

조성근 수석 애널리스트는 “메리츠화재의 오랜 업력과 안정적인 시장지위, 업계 평균 대비 우수한 수익성 및 자본적정성 등을 이유로 평가등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메리츠화재 성장의 중심에는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부회장은 대한생명 증권부 투자분석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화재 증권부장·채권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상무보로 승진한 그는 30대에 임원에 올라 당시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5년 메리츠화재 수장으로 선임된 김 부회장은 1년 앞서 맡게 된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 취임 '전과 후'로 극명히 나뉜다. 메리츠화재의 획기적인 전진을 이끌어낸 김 부회장 덕분에 손보업계에서 만년 5위에 머물던 메리츠화재가 ‘새 시대’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취임 후 기업의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데 집중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탈권위주의, 업무 효율성·자율성 극대화,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한 행복 추구 등으로 대변된다. 아이패드로 업무를 보며, 상황의 정확한 파악을 위해 부장급 관리자가 아닌 과장급 실무자에게 직접 보고를 받는 김 부회장의 일화는 유명하다. '실용주의자'로 유명한 김 부회장의 복장자율화 선언 이후, 그의 단순한 티셔츠-바지 조합도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틀을 깨는 이러한 시도는 곧바로 ‘순익 증가’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는 김 부회장이 대표직을 맡은 2015년 이후 1분기 기준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순익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2015년 1분기 205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은 이듬해 61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년 새 무려 200%나 급증한 것이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76억원으로 김 부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1분기 순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