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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 ‘정영채’ vs 한국투자 ‘정일문’,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 ‘동병상련’

탁월한 경영성과 힘입어 연임 성공한 IB통 CEO ‘운명론’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팝펀딩 환매 연체 악재 잇따라

 

[FETV=이가람 기자]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경영 가도에도 나란히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계의 대표적인 투자금융(IB) 전문가로 알려진 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3월 탁월한 경영 능력과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각종 악재에 함께 휘말리면서 웃지 못 할 ‘운명론’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옵티머스자산운용으로부터 펀드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공문을 받았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이름도 모호한 대부업체가 발행한 사채와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에 자금을 사용한 사기 행위가 드러나 영업이 정지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옵티머스 펀드 설정액은 5172억원이다. NH투자증권이 4778억원, 한국투자증권이 577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기에 팝펀딩 사모펀드 악재가 겹쳤다. 팝펀딩은 홈쇼핑·오픈마켓 납품기업이 재고 상품이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 대신 투자자들이 적립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을 의미한다. 일부 팝펀딩 펀드에서 대출 원금 및 이자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운용사가 자금 유용을 저지른 정황이 포착되면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곤혹을 치르게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1072억원 규모의 팝펀딩 관련 상품을 판매했고, 350억원 가까이 환매 중단된 상황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모두 ‘CEO 책임론’을 감수하겠다는 분위기다. 하루 빨리 정확한 상황 파악을 완료하고 피해 고객 구제를 시작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영채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서면을 발송해 “펀드 판매사로서 책임 회피하지 않고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사과하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원활한 법적 조치와 환매 연기 및 분쟁 대응을 위해 상품솔루션본부를 주축으로 관련 부서의 전문가와 사내 변호사를 대거 투입했다. 현재는 투자 자금 회수를 위한 펀드 자산 확인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일문 대표 역시 특별 TF를 설치했다. 현장 실사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3일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정일문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소비자보호위원회는 고객 관련 이슈를 부서 간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의결기구다. 펀드 피해 고객 보상안을 비롯한 대응책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자본시장에 남긴 발자취가 비슷해 두 CEO는 ‘닮은 꼴’로 통한다. 정영채 대표은 증권업계 최초의 IB 출신 CEO다. 대우증권 재직 시절, NHN·파라다이스·외환카드 등의 기업공개(IPO)를 담당해 ‘스타 공모주’ 제조기라고 불렸다. 정일문 대표도 28년 경력의 IB 베테랑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해 자동차 4대를 폐차할 정도로 적극적인 영업력을 펼친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IB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 사람은 1988년 증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가 된 경력까지 일치한다.

 

CEO로 취임한 이후에도 두 사람의 성과는 빛났다. 정영채 대표는 지난해 전년 대비 21% 오른 476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업공개(IPO) 시장 점유율과 유상증자 및 회사채 인수 주선 점유율에서 선두를 차지하며 IB 대가의 모습을 보여 줬다. 정일문 대표도 첫 취임한 지난해 70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IB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51% 늘어난 2887억원에 육박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4년 연속 증권업계 1위라는 위치를 지킬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