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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황금주’ SK(주) 지분 매각 그것이 궁금하다

KB금융 푸르덴셜생명 인수자금 마련 목적...중간배당 전망
국민은행 "자본비율 관리 위한 처분 이다"

 

[FETV=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SK바이오팜 기업공개(IPO) 효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황금주' SK(주) 지분 처분을 통해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국민은행은 자본비율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SK㈜의 보유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거래 규모는 약 5000억원 규모로 거래된 지분율은 3% 수준이다. 지분 매각 대상자는 클럽딜(공동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외국계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는 KB증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1년 SK그룹과 진행된 지분 맞교환 과정에서 주식을 확보했다. 당시 SKT가 보유한 SK C&C 지분 매각이 필요했던 SK와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발생한 자사주를 처분해야 했던 국민은행은 지분을 맞교환했다. 이후 SK C&C와 SK㈜가 합병하면서 국민은행이 보유했던 SK C&C 주식은 SK㈜ 주식으로 변경됐다. 2011년 당시 국민은행이 인수한 주식 규모는 2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3000억원의 차익이 난 셈이다.

 

국민은행은 이번 지분 처분으로 발생한 차익 3000억원의 자금이 자본계정인 이익잉여금으로 잡히게 된다. 유가증권 가운데 경영자가 1년 이내 매각할 목적은 아니지만 시장 상황이 바뀌면 팔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사 둔 증권은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다. 매도가능증권도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정가치로 평가되며 평가 이익 혹은 손실은 기타포괄손익으로 인식해 자본 계정에 포함된다.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상장된 주식의 경우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따른 평가손익이 기타포괄손익에 인식되는 것이다. 그런데 가지고 있던 매도가능증권을 처분하면 이에 따른 손익은 IFRS9(금융상품 회계기준)에 따라 당기순익으로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익잉여금에 포함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금액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대금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KB금융의 100%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중간배당을 통해 인수자금을 모기업인 KB금융에 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당금은 이익잉여금에서 나오며 이익잉여금은 보통 당기순익이 쌓여 형성된다. 국민은행은 순익과 함께 지분 처분 이익으로 이익잉여금을 늘려 더 많은 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을 2조2650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한 해 당기순익(연결기준)으로 3조원을 넘게 벌어들이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데 자금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중레버리지 비율 규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금융당국이 지주사가 무리한 차입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이 레버리지 비율 130%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KB금융이 이중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주사의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KB금융의 3월 말 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총액 24조2121억원, 지주사 자기자본 19조2471억원으로 약 125.8%다. 자회사 출자총액에 푸르덴셜생명 인수 금액인 2조2650억원을 더하면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약 137%로 당국의 권고치를 7%포인트 웃돌게 된다. 

 

이에 KB금융은 130%를 유지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과 자회사 배당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이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을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중간배당이 되면 분모인 자기자본 액수가 커져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낮출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중간배당, 교환사채 발행 등 여러 방식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라며 “다만 중간배당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간배당 관련해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중간배당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들이 코로나19 지원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 중간배당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은 외부 주주에게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인 KB금융으로 가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이번 지분 처분은 자본비율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간 국민은행이 보유한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상장된 주식은 주가 하락에 따라 평가손실이 커지는 등 자본규모 관리가 어려웠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동안 국민은행은 주가 급락으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측정 지분상품 이익’은 지난해 말에 비해 2117억원 줄었다. 또 주식은 위험가중치가 높은 것도 문제다. 이번 달부터 조기 시행되는 바젤Ⅲ 최종안 일부 조항으로 주식은 위험가중치 250%를 적용받아 기존 300% 보다 낮아졌지만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에 상장된 지분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이 자본비율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국민은행은 코로나19 지원에 집중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지분 처분으로 3000억원의 이익이 이익잉여금으로 인식돼 자본이 늘어나면 코로나19 대출을 더 확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본비율 관리와 대출 증대를 위해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