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재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알뜰폰'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훼 농가를 돕는 캠페인에 동참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와 통신사·단말기 제조업체 CEO가 '알뜰폰'으로 연결됐다. 출신지도 출신 학교도 성장 과정도 제 각각인 재계 주요 인사들이 '이웃사랑'에 뜻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허인 국민은행장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IM) 대표이사(사장)의 지명을 받아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화훼 농가를 돕기 위한 ‘릴레이 캠페인’에 참여했다. 화훼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은 지난 2월 박원순 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유명인사가 캠페인에 동참할 사람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허 행장을 지목한 고 사장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목했다. 박 사장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목을 받아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리고 허 행장은 다음 주자로 하현회 LG유플러스 대표이사(사장)를 지목했다. 김 회장에서 시작된 이웃사랑이 허 행장을 거쳐 하 사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은행권은 금융과 모바일 통신을 결합한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선두주자는 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지닌해 국내 은행 최초로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서비스 ‘리브 엠(Liiv M)'을 출시했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통신요금을 최대한 낮춰 금융거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모바일금융 시대에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면 신규 금융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통신업계도 최근 가입자가 줄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 국민은행이 활력을 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LG유플러스 뿐만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와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허 행장과 고 사장이 작년 8월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노트10 언팩(공개) 행사장에서 ‘깜짝 만남’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당시 삼성전자는 알뜰폰 사업을 준비 중인 허 행장을 특별 초청했다. 허 행장과 고 사장은 이날 공개한 노트10을 비롯한 갤럭시 최신 휴대폰을 KB 알뜰폰 마케팅에 집중 활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민은행에 이어 김정태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도 통신사업에 진출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링크와 손잡고 알뜰폰 서비스를 출시했다. SK텔링크의 알뜰폰 서비스 ‘SK세븐모바일(SK 7mobile)’은 금융과 통신 서비스를 결합한 ‘하나원큐’ 제휴요금제 8종을 제공한다.
하나은행과 SK텔링크는 작년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SK세븐모바일’ 알뜰폰 전용 요금제에 하나은행의 금융 할인을 결합하고 기존 알뜰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혜택을 추가한 새로운 요금상품 출시를 추진해 왔다.
김 회장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키기 위해 SK텔레콤과 돈톡한 관계를 이어왔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7년 모바일 금융회사 핀크를 설립할 당시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지분투자를 벌였다. 또 작년 7월에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500억 원 규모로 핀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금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핀크는 SK텔레콤, KDB산업은행 등과 협력해 새 적금상품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