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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홍명종 농협은행 준법감시인...서울대·행시·금융위·율촌 인연 눈길
지주출범 후 최대실적 달성 등 연임 청신호...마지막 변수 '집안단속' 나서

 

[FETV=유길연 기자] 오는 4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대 계열사인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에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은행 준법감시인(부행장) 자리에 자신과 인연이 깊은 ‘믿을맨’ 홍명종 변호사를 선임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펀드 사태와 같이 내부통제 부실로 비롯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농협은행은 홍 변호사를 준법감시인으로 선임했다. 준법감시인은 금융사의 임직원이 내부통제기준의 준수여부를 점검하고 위반 시 이를 조사해 삼사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는 자리다. 주로 법을 다루거나 실무 경력이 있는 임원들이 이 자리를 맡는다. 전문성과 조직 내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인사들이 선임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높은 손실률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DLF·라임펀드 사태 이후 준법감시인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김 회장은 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내부통제 부문을 직접 챙기기 위해 ‘자기 사람’인 홍 부행장을 준법감시인에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홍 부행장과 지난 2014년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을 거친 정통관료 출신이다. 그는 금융정보분석원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휘말려 야인(野人) 생활을 하게 됐다. 김 회장이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시절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이다. 
 

이후 김 회장은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무혐의 판결을 받고 2014년 8월 율촌에서 고문 역을 맡았다. 이 때 홍 부행장과의 인연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홍 부행장은 2014년 4월 율촌 소속 변호사로 자리를 옮겼다. 홍 부행장은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김 회장과 동문이다. 또 37회 행정고시로 합격 후 금융위를 거쳐간 김 회장의 후배다. 대학과 관직생활 뿐 아니라 법무법인에서도 둘의 관계는 이어진 것이다. 홍 부행장은 행시와 사법고시 모두를 합격한 인재다.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는 농협 조직 특성 상 중앙회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이는 준법감시인 인사에서도 나타난다. 홍 부행장 선임 전 농협은행의 준법감시인 자리에는 서윤성 전 농협은행 부행장이 맡고 있었다. 그는 지난 2017년 농협에 몸 담은지 2년 만에 준법감시인에 선임됐다. 서 전 부행장은 김병원 전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 인물로 알려졌다. 

 

나머지 농협은행 주요 임원직도 대부분 ‘정통 농협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농협대학교 출신으로 뼛속까지 농협맨이다. 10명의 부행장도 주로 외부 인사가 맡는 준법감시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농협중앙회 소속 출신들이다. 따라서 김 회장 사람이자 외부인사인 홍 부행장의 선임은 다소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김 회장은 4월 연임을 앞두고 있다. 업계는 그가 1년 더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이유는 ‘실적 증대’다. 농협금융은 지주사 출범 후 주요 금융그룹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해인 2017년 농협금융은 당기순이익 8598억원(지배주주지분순이익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당시 1위였던 KB금융그룹의 3분의 1 수준에도 밑돌았다. 

 

하지만 2018년 김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농협금융의 순익은 1년 전에 비해  42%(3591억원) 급증한 1조 2189억원을 거뒀다. 올해는 이보다 46% 늘어난 1조 7796억원을 기록해 지주사 출범 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농협중앙회가 거둬들이는 농업지원사업비를 제외하면 2조원이 넘는 순익이다. 

 

농협대 출신 등 농협인이 주류를 이루는 금융그룹 안에서 타 금융그룹에 비해 김 회장의 인사권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회장은 홍 부행장을 선임해 연임 후 불미스러운 사태에 농협금융이 휩쓸려 자신의 이력에 흠집을 내는 일을 막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또 연임 전 까지도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내부통제를 강화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걷는다’는 복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의 준법감시인은 금융그룹 핵심 계열사의 내부통제를 담당하기 때문에 그룹 최고경영자는 자신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