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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포스트 손태승'우리은행장에 내정된 권광석은 누구?

풍부한 네트워크...우리은행 안정화에 도움
IB전문가...우리은행 수익 다각화에 '적격'
상업은행 출신...손태승 회장 '탕평책'에 부합

[FETV=유길연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를 신임 우리은행장에 11일 내정했다. 우리은행장 선임은 설 연휴 전에 마무리 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3번의 심의 끝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중징계를 내리면서 우리은행장 선임도 덩달아 미뤄졌다.

 

당초 업계는 우리은행장 후보 숏리스트 3인(권 내정자, 김정기 우리은행 집행부행장, 이동연 우리FIS 대표) 가운데 김 후보가 유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 후보는 손 회장의 사람으로 알려졌으며, 상업은행 출신으로 손 회장의 ‘탕평책’에도 알맞은 인물로 꼽혔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이번 행장직에는 상업은행 출신이 맡아야한다는 '순번 논리'도 작용했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이 깨졌다. 권 내정자가 유력 후보인 김정기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을 제치고 차기 은행장으로 단독 후보 추천을 받은 것이다. 권 신임 행장 내정자가 가진 폭넓은 네트워크가 우리은행의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후한 점수를 줬다는 게 우리금융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DLF·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와도 인연이 있는 권 후보가 조직 안정화를 위해 적합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권 내정자는 1963년생(만 57세)으로 울산 학성고, 건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8년 상업은행에 입행, 뱅커의 길을 걸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합병으로 출범한 우리은행에서는 미국 워싱턴 지점 영업본부장, 무역센터금융센터장,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우리은행 대외협력단장 등을 두루 역임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권 내정자는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 재임 시절인 2007년 당시 회장 비서실 부장을 맡으면 박 전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박 전회장은 노무현 전 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제1차관에 오른 인물이다. 권 행장이 박 전 회장과의 이러한 인연을 고려해봤을 때 현 문재인 정권과도 네트워크가 이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임추위가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권 내정자에게 플러스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DLF 사태와 고객 비밀번호 무단도용 등으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중이다.   

 

권 내정자는 짧은 기간 동안 투자금융(IB) 업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우리은행 IB그룹 부행장을 맡아 그해 12월 우리PE 대표에 깜짝 발탁됐다. 1년도 안된 기간 IB부문에서 인정을 받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지난 2018년 3월부터 맡은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사업 대표 경력도 권 내정자가 IB전문가임을 증명하기 충분하다는 게 우리은행 주변의 관측이다. 권 내정자가 맡았던 신용공제사업 대표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50조원대 달하는 자산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최근 은행권은 저금리 기조로 인해 이자자산 수익성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주요 6대 은행의 순이자마진율(NIM)은 모두 하락했다. 이에 은행들은 수익성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 비이자부문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IB부문은 비이자부문 사업들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IB는 전문 인력 선임을 통해서 단시간에 실적을 올릴 수 있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IB 부문에서 그룹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IB전문가인 권 내정자가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또 권 신임 행장 내정자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 조직 내부의 ‘아킬레스 건’은 출신은행으로부터 비롯된 갈등이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관리하기 위해 한일·상업은행을 합병해 우리은행을 설립했다. 이에 우리은행장은 이 두 은행 출신들이 번갈아 가며 맡았다. 그러나 2011년 상업은행 출신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이 연달아 행장이 되면서 한일은행 출신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두 은행 출신간 갈등은 지난 2017년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문제로 불거졌다. 당시 채용비리 리스트에 모두 상업은행 출신들만 이름이 올려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한일은행 출신의 내부 고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출신 은행 간의 갈등이 커졌다.

 

이러한 갈등을 봉합한 인물이 손 회장이다. 손 회장은 2017년 우리은행장 대행직을 맡으면서 우리은행 인사에 탕평책을 강조했다. 권 신임 행장 내정자도 손 회장의 인사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우리은행에서 권 행장은 직원들과 사교성이 좋고 또 사고 방식이 깨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직 포용력도 그만큼 뛰어난 평이다. 지주와 은행 홍보실장과 대외협력 부문 단장 등을 맡으며 안팎의 의사소통 과정을 두루 조율해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은행의 안팎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형은행들 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금융당국과도 계속 껄끄러운 관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DLF·라임펀드 사태에 이어 우리은행 고객 비밀번호 도용 사건도 최근 불거졌다. 모기업인 우리금융은 손 회장에 대한 징계와 관련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걸지도 모른다. 은행 내부에서는 비밀번호 도용 사건을 둘러싸고 다시 출신은행 세력간의 갈등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