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윤섭 기자] 지난 12월 30일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요기요·배달통 운영사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이하 DH)와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한 가운데 공정위가 이를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 DH-우아한형제들, 지난 12월30일 공정위에 신고서 제출

 

이번 기업 결합 심사의 가장 큰 쟁점은 합병 이후의 '독과점 여부'다. 지난달 13일 우아한 형제들이 DH로의 지분 매각을 발표한 이후 소비자들과 소상공인 등 각계각층에서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00%에 가깝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양사는 국내 시장에서는 현재처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배달통을 독자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독과점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27일 소상공인연합회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기업의 결합은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을 저해할 것인 만큼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연합회는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엄정한 심사에 나서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수수료와 광고료 상승이 이어진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독점적 배달 앱 불매를 포함한 강력한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이전, 배달앱 시장 1~3위를 점유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소상공인과 소비자, 배달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갑질’을 했는지, 두 기업의 결합이 갑질 구조를 더욱 공고히 만드는 게 아닌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기업 결합에 대해 면밀히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더블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배달의 민족 DH 기업 결합 심사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해 "배달앱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딜리버리히어로라는 하나의 회사에 종속되면 전체 시장의 90% 독점이 현실화 된다"면서 "모바일 배달앱 시장을 기존의 음식 서비스 시장이나, 온라인 쇼핑 시장과 구분해 독립적인 산업영역으로 인식하고 기업결합에 따른 독점이나 경쟁제한적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합병 이후 별개 법인으로 운영해 경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배달의 민족 측 주장은 독과점 논란을 부식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며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 기아차 역시 합병 후 국내시장 독과점 체제가 형성되어 자동차 가격이 연이어 오르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거부해야 한다' 이렇게 요구한 바가 없다"면서 "원칙적으로 해라, 우려되는 목소리를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하라는 뜻"이라고 회견 취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이번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의 M&A(인수합병)는 토종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인 만큼 공정위의 선택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3일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DH에 지분을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DH는 우아한형제들의 전체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하고 국내외 투자자 지분 87%를 인수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다. 하지만 필요한 경우 90일 범위 내에서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자료 보정기간을 포함한 실제 심사기간은 120일을 초과할 수 있어 심사의 판단 시점을 예상할 수는 없다. 공정위가 이번 결합을 아예 금지하거나 유예 기간을 두거나, 또는 수수료 상승 폭 제한 등 조건을 달아 결합을 허락할 수 있다는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독과점 여부가 핵심…G마켓 제친 쿠팡 합병 변수로 등장

 

핵심은 공정위가 시장의 범위를 배달앱, 배달,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어디까지로 볼 지다. 공정위가 두 회사의 합병을 배달앱 시장으로만 놓고 보면 합병에 따른 독점 논란을 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의 점유율은 배달의민족(55.7%), 요기요(33.5%), 배달통(10.8%) 순이다. 배달통 역시 DH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배달앱 시장은 DH가 약 99% 차지하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운영한다고 해도 점유율 1,2,3위가 한 회사에 속해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사례를 들면서 불허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신고를 7개월에 걸쳐 심사한 끝에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산업 1위 사업자간 기업결합이 케이블TV 요금 인상과 알뜰폰 시장 위축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할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지만 오픈마켓 시장이 경쟁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보고 승인한 사례도 있는 만큼 공정위의 선택을 끝까지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심사뿐 아니라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 배달 기사 등의 부정적인 여론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5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한 배달앱 시장에서 시장내 각 1,2,3위가 한 몸이 되면 더 이상 다른 사업체들을 의식하지 않고도 수수료 인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되자 박선영 장관은 지난 10일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소상공인 측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간 만남을 중재한 사실을 전하며 “김봉진 대표로부터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벤처투자 브리핑에서도 “"배달의민족이 올리지 않겠다는 것을 저희 측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했다"면서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문제인데, 신뢰 구축을 위해 중기부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인수합병 발표 과정에서 '토종 애플리케이션', '해외진출',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경쟁체제 유지'를 강조한 것도 공정위 심사라는 큰 과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하한형제들은 보도자료에서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 즉 쿠팡을 언급하며 거대자본과의 경쟁에 따른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가 혁신을 촉진하기도, 가로막기도 한다"며 "(두 회사 합병이)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독과점이 발생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여러 문제들이 혼재돼있는 만큼 공정위의 심사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쿠팡이 연간 온라인 결제액 순위에서 G마켓·옥션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조사되면서 쿠팡이 DH-배민의 인수합병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9일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을 통한 온라인 결제 금액은 17조77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전해 10조8494억원 대비 57% 급증한 규모다. 이는 네이버 (20조 9249억원)을 제외한 온라인 쇼핑 업체중에서는 1위다. 특히 그간 1위를 지켜왔던 이베이코리아(15조9772억원)을 제쳤다는 점이 쿠팡에게는 의미가 깊다.

 

쿠팡의 이번 1위 등극은 DH와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9년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할 당시 점유율 90%가 예상되면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지만 공정위의 승인을 받아냈다.

 

이처럼 독과점 우려의 대상이 됐던 옥션·G마켓 연합이 결국 10년 만에 후발주자에게 1위를 내줬다는 점은, 인터넷 서비스 산업의 낮은 진입장벽을 증명하는 사례로 DH-우아한형제들 측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합건을 두고 공정위가 ‘독점과 혁신의 딜레마’에 갇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결합을 승인할 경우 독점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등 소비자 부담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기업의 혁신을 막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과 혁신의 사이에서 선 공정위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