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지난해 11월 18일 미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조지아공장 현장에서 ‘조지아공장 양산 10주년 기념행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252/art_15775105237264_f3356d.jpg)
[FETV=김창수 기자] 지난해 실적 반등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시장 입지를 굳건히 한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이 2020년 성공적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차근차근 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 해외 법인장 회의 때 집중 토론을 통해 판매 전략 점검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회복 가능성을 확인한 현대기아차는 올해에는 여전히 부진한 중국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판매·마케팅 전략과 함께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 공략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구랍 12월 중순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9년 하반기 해외 법인장 회의'를 열었다. 해외 법인장 회의는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데 특히 하반기 회의는 이듬해 글로벌 사업 계획을 결정하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경영 회의체로 꼽힌다.
첫날에는 각 사 최고경영자(CEO) 주재 하에 각 권역을 책임지고 있는 권역본부장과 판매 및 생산 법인장 등 50여명이 참석해 자율토론 방식으로 거점별 시장 동향과 판매 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지난해 9월 승진 후 처음으로 해외 법인장 회의를 주재했던 정의선 부회장은 회의 기간중 수시로 들러 권역별 현안 보고를 받고 당부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를 정착 중인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과 중국에서 수익성 중심의 V자 반등을, 신흥국에서는 물량 및 수익 확대를, 유럽에서는 전기차 등 미래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전략을 이어갈 방침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지난해 출사표를 던져 성공을 거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세그먼트의 SUV 등 신차를 선보여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쉬운 것은 중국에서의 부진이다. 2018년 실적 회복에 실패한 ‘아픈 손가락’ 중국에서는 총경리와 사장 등 주요 부문 리더 교체와 함께 사업 계획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2017년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현대차만 연간 100만대 판매를 훌쩍 넘기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해도 이 기록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내부적으로 판매량을 추구하는 질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차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사드 사태 이후 냉랭한 태도를 보여왔던 중국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한국 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재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중국시장 중장기 전략은 ▲중국 현지 친환경차 시장 확대 ▲중저가 전기차 신모델 출시 ▲고급차(제네시스) 시장 전격 진출 ▲현지 연구개발(중국연구소) 역량 강화 ▲중국 현지 부품 활용 비율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201년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에서 중국사업총괄로 승진 발령된 이광국 사장이 현재 중장기 비전선포의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지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020년은 주요 계열사별로 중장기 전략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가 상반기에 중국시장 중장기 비전을 내놓고 기아차 역시 글로벌 중장기 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인도공장. [사진=기아차 홈페이지 캡처]](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252/art_15775105619899_ce85e9.jpg)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기아차는 인도 등 신흥국 거점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발판삼아 아세안 진출을 공식화했다. 2017년 아세안시장 공략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3년여에 걸친 시장 조사 끝에 이뤄낸 결과다.
2021년 말 15만대 규모로 가동 예정이며 향후 최대 생산 능력은 25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아세안 전략 모델로 신규 개발 중인 소형 SUV와 소형 다목적차량(MPV), 전기차 등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를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도 수출할 예정이며 호주,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검토 중이다.
기아차는 세계 4위 자동차시장인 인도에서 성공을 거둔 소형 SUV 셀토스 외에도 전략형 차종 2개를 올해 신규 투입하고 현지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 여기에 최근 유튜브 티저 영상을 통해 두번째 인도 공략 모델인 카니발의 출시를 알려 기대감을 키웠다. 카니발은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인도 미니밴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카니발은 토요타 이노바, 크리스타와 메르세데스-벤츠 V클래스, 토요타 벨파이어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카니발 가격을 최대 300만 루피(4905만원)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인도 내에서 프리미엄 미니밴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카니발은 경쟁 모델인 토요타 이노바와 크리스타보다 다소 비싸지만 더 넓은 공간과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벤츠 V클래스와 토요타 벨파이어와 비교할 때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아차는 카니발을 2020년 2월 인도 현지에서 열리는 ‘오토 엑스포 2020’을 통해 공개하고 판매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인도공장에서 반조립생산(CKD) 형태로 생산된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권역별 비상 경영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 증가율은 1% 이내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