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유길연 기자] “120년 동안 우리나라 '금융의 종가' 역할을 해온 우리은행이 새 역사를 시작합니다. 지주 회사 전환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2018년 11월 20일 지주 출범을 앞두고 손태승 회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중에서)
우리금융그룹이 4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리금융의 뿌리를 찾아가면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설립한 '천일은행'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만큼 우리금융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함께한 금융회사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내 최초 금융지주사로 출범했다. 이후 정부의 민영화 추진 계획에 따라 2014년 11월 지주사가 해체됐다 올해 다시 출범했다.
이러한 우리금융의 부활의 중심에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있다. 손 회장은 실무진 시절 글로벌·전략통으로 능력과 함깨 덕장으로써 명성을 쌓았다. 능력·소통을 바탕으로 그는 불과 1년 만에 우리은행의 최대 위기 상황을 잘 정리하고 우리금융 출범을 이끌어냈다. 손 회장이 보여준 경영 능력이라면 우리금융의 최대 과제인 비은행부문 강화도 가까운 시점에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손태승=글로벌·전략’ 존재감
손 회장은 1959년 광주 출생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 석사과정을 거쳐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손 회장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한일은행과 한국상업은행이 합병 후 2001년에 출범한 우리은행에서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손태승=글로벌·전략통‘ 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손 회장은 2003년 43세에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으로 승진해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된 은행을 재건하는 일에 참여했다. 이 때 그는 신현석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이동연 중소기업그룹 상무와 함께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의 총애를 받던 ‘전략기획팀장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미국 LA지점장을 거쳐 2010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2014년에는 은행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부행장으로 올라선 데 이어 2015년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그룹장에 올랐다. 이 때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해외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는 등 적극적 해외진출을 추진해 2013년 말 64곳에 불과했던 우리은행 글로벌 네트워크를 2017년까지 25개국 281곳으로 크게 늘렸다. 기존에 동일한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 국가에 적합한 방식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우리은행]](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2/art_15710281477222_607e26.jpg)
■ ‘덕장’ 기질, 우리은행 최대 위기에서 진가 드러내
글로벌 부문에서 승승장구하던 손 회장은 우리은행의 최대 위기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된다. 2017년 3일 이광구 전 행장이 채용비리 사건으로 행장 직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바로 행장 대행직을 맡았고 11월 30일 우리은행장에 내정됐다.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당면한 최대 과제는 바로 조직 내의 계파갈등 문제였다.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문제는 당시 우리은행의 계파 문제와 연관돼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우리은행은 그간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은행장을 맡아 왔다. 그러나 2011년 상업은행 출신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이광구 행장이 연달아 행장이 되면서 두 은행 출신 간 갈등이 불거졌다.
그러던 중 이 전 행장의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질 당시 채용비리 리스트에 모두 상업은행 출신들만 이름이 올려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한일은행 출신의 내부 고발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두 계파 간의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지만 두 계파 갈등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인물로 계파 봉합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그의 포용적 리더십은 조직 갈등 국면에서 빛을 발했다. 그는 평소 소통을 중시하는 덕장으로 평가받았다. 손 회장은 행장 취임 후 지난 1년간 전국 46개 영업본부를 모두 찾아 직원들을 만났다. 올해는 본점 내 모든 부서의 부서장·팀장들과 릴레이 점심식사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끊임 없는 소통 끝에 손 행장은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새로운 은행 인사제도를 수립했다. 그는 우리은행의 인사는 능력 중심의 객관적 승진인사, 실력을 우대한 공정한 인사이동, 역동적 조직 위한 젊은 인력 전진배치, 신상필벌 명확한 인사원칙 등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한 채용을 위해 7중의 안전장치를 도입했고 채용 전 과정을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등의 채용 지침을 수립해 채용비리 가능성을 원천차단했다.
이러한 손 회장의 구원 등판은 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행장 취임 후 1년이 지난 2018년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조 332억원으로 취임 직후인 2017년(1조 5121억원)에 비해 약 34%나 늘었다. 이로 인해 우리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0.44%에서 0.60%로 올라 자산 활용의 효율성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명목 순이자마진(NIM)도 1.47%에서 1.52%로 올라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향상됐다.
손 회장은 이러한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올해 초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우리금융은 2014년 민영화를 위해 지주사 체제가 해체된 후 4년 만에 부활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을 맡았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사에서 “적극적인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14일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1042/art_15710282368235_416f78.jpg)
■ 멀고도 먼 비은행부문 강화....파생결합상품 사태 수습해 고객 신뢰도 높여야
손회장에게 우리금융 출범은 기회이자 또 다른 과제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의 비은행부문의 강화가 급선무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금융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부분은 95%가 넘는다. 금융그룹으로 출범했지만 사실상 우리은행 빼고는 이렇다할 실적을 내는 계열사가 없는 셈이다.
최근 주요 금융그룹들은 은행의 이자이익으로는 수익을 내는데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 아래 비은행부문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증권사들이 최대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은 우리금융에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계열사로 두고 있었지만 정부의 민영화 작업으로 지난 2014년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넘겼다.
호실적을 내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와 농협증권이 합병으로 탄생했다. 합병 당시 우리투자는 기업공개(IPO)에 강점을 보이며 업계 상위 증권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금리하락과 수수료 인하로 인해 각각 수익성 하락에 직면한 보험과 카드와 달리 증권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인수 후보군으로 몇 개의 중형증권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지난달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기업금융(IB) 부문과 우리종금 IB 부문을 합친 CIB 조직을 출범시켜 증권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금융에 맞는 매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최근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도 손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독일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와 연계된 DLS·DLF은 해당국의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손실율도 크게 불어났다. 특히 지난달 25일 우리은행이 판매한 ‘KB독일금리연계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 상품은 원금 전액 손실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4개월 초단기 만기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에 연계해 투자됐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DLS·DLF은 4012억원으로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달 우리은행 긴급 회의에서 “펀드 손실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을 고객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분쟁조정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고객 보호를 위해 법령 등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다각도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