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937/art_15679924876083_700f36.png)
[FETV=김현호 기자] 지난 8월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박근혜, 최서원(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을 다시 진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법은 또 이 부회장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탄 말 3마리 구입비 34억1797만원 등 횡령액 86억8081만원을 모두 인정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삼성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며 “승계작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의한 피해자’ 논리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이를 도왔던 책임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23일 검찰이 삼성물산 플랜트부문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한 것은 대법원이 지난달 29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상고심 사건을 선고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대법원은 삼성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상황이다. 이번 삼성물산 압수수색도 경영권 승계의 연장선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새삼 주목받는 사람은 재무담당(CFO) 출신인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이다. 이영호 사장은 이날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책임진 전문경영인이다.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도우미 등 핵심 역할 맡아=승계 작업의 핵심 사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다. 이해할 수 없는 합병으로 논란이 번지자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물러났다. 이후 후임자에는 이영호 사장이 2018년 1월 임명됐다.
이 사장은 삼성 SDI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한 이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삼성전자 등을 거쳤다. 삼성은 이영호 사장이 삼성SDI와 삼성전자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쳐 경력을 쌓아왔고 재무전문가라는 점에서 삼성물산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재무전문가’ 이영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힘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2015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이뤄내는데 공신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9월1일 주주총회를 거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0.35:1의 비율로 합병이 마무리됐다. 이는 ‘제일모직 1주=삼성물산 0.35주’라는 논리다. 쉽게 말해 제일모직의 1주가 삼성물산의 3배 가치에 해당된 것이었다. 참여연대는 양사 합병의 적정 비율이 1.18대 1이라고 밝히며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손해는 최대 675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합병 끝에 당시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부회장은 최대 4조1000억원의 이익을 봤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이 이뤄질 당시 박근혜 정부는 ‘빚내서 집 사라’고 할 정도로 건설경기를 부양시켰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2015년 6월 이전까지 아파트 분양을 하지 않았고 합병 결정이 난 7월 이후 갑자기 분양에 나섰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을 줄여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이었다. 주택 공급을 줄이자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손을 때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나왔다.
당시 삼성물산의 주택 브랜드 ‘래미안’은 각종 기관의 조사에서 아파트 브랜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때문에 2015년 당시 삼성물산 CFO로 역임하고 있던 이영호 사장이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계획을 추진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건으로 특검조사 받아=이영호 사장의 ‘이재용 도우미’ 역할은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 전략실 사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을 통해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특검에서 “2015년 이영호 실장(당시) 등과 함께한 골프모임에서 이 실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시너지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합병시너지를 언급하면 주주들의 찬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며 순환출자고리 4개가 끊어지는 효과도 일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영호 사장은 또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했던 대주주 ‘일성신약’과도 연관이 있다. 일성신약의 당시 지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1.37%)보다 많았다.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의 2017년 재판에 나와 재판부의 “이영호 사장이 회사 사옥을 대가로 합병을 요청했다는 부친(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의 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영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여러 작업을 벌여온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이재용 도우미 역할의 끝은 결국 ‘세드 엔딩’이 되고 말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최고경영자 이영호 사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프로필
▲1959년 출생 ▲숭문고등학교 ▲고려대학교 경영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5년 삼성전관 입사 ▲2003년 삼성 SDI 상무 ▲2005년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 ▲2006년 삼성 전략기획실 상무 ▲2010년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 ▲2012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2015년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2018년~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