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송현섭 기자] 자살보험금 지연 지급 때문에 논란을 빚었던 생명보험사들이 국세청의 ‘세금폭탄’을 맞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26일 세정가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은 최근 오렌지라이프에서 제기한 과세처분 불복사유를 인용키로 결정해 회계상 손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자칫하면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수백억원대에 달할 수 있었던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초 국세청은 지난해 9월 보험사들이 고의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지연했다며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어도 해당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손비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당한 보험금 청구였지만 고의로 지급을 미뤄 지연이자와 가산세 등 책임을 묻겠다는 논리였다.
반면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계약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을 폈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영업정지와 CEO 문책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2017년 보험금을 모두 지급했고 이를 손비로 인정해달라고 맞섰다.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의 손비인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해를 넘겼다. 먼저 오렌지라이프가 과세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판단을 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조세심판원은 결국 지난 23일 심판관 전원 합동회의를 열어 정당한 사유라며 인용결정을 내려 보험사 편을 들어줬다.
이번 조세쟁송 판례는 행정소송 2심급 판결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보험사들의 과세불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보험사들 입장에선 대법원 판결까지 뒤늦게 지급된 자살보험금과 지연이자를 회계상 손비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자살한 뒤 2년이 넘은 계약에 대해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된 만큼 보험금 지급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국세청의 과세방침으로 곤욕을 치른 보험업계는 이번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세심판원이 당연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앞서 자살보험금 논란을 통해 보험업계가 약관을 좀 더 들여다보는 계기가 마련됐고 이번 심판원 판결로 업계에선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