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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화장품CEO 기상도...LG생활건강 '맑음' vs 아모레퍼시픽 '흐림'

LG생활건강, 상반기 매출·이익 모두 사상 최대
아모레는 마케팅 투자와 해외사업 확대로 부진
고가 화장품라인 강화하는 LG생활건강
중저가 브랜드 집중하는 아모레 퍼시픽

 

[FETV=김윤섭 기자] 국내 뷰티업계 1·2위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간 실적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작년 상반기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LG생활건강은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차이를 더 벌렸으며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역성장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차석용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3조7073억원,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6236억원, 당기순이익은 13.9% 증가한 4373억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부문만 따로 살펴보면 2분기 매출 1조1089억원, 영업이익 2258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16.3% 증가했다.

 

특히 이른바 ‘력셔리’ 라인으로 불리는 제품들이 큰 성장을 보이며 매출을 견인했다. LG생활건강은 ‘후’, ‘숨’,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을 강화전략은 중국을 포함한 해외에서 럭셔리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트렌드에 맞게 잘 대응했다는 평가다.

 

또 국내 화장품 시장이 헬스앤뷰티 스토어로 재편되면서 로드숍과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가 좁아지는 시장의 변화에도 잘 대응한 결과다.

 

후는 고급화 전략을 강화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24% 증가했고, 숨과 오휘는 초고가 라인인 ‘로시크숨마’와 ‘더퍼스트’의 매출이 각각 67%, 43% 증가했다. 더마코스메틱 CNP도 28%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중국에서는 매출이 30%이상 성장했으며 숨의 경우는 현재 중화권 톱 배우인 구리나자 (古力娜扎)를 모델로 기용한 후 ‘로시크숨마’의 매출이 67% 증가했다.

 

반면 로드숍인 더페이스샵은 중국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H&B 스토어와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는 등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2016년 최대 실적을 이끌었던 서경배 회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영향을 미친 2017년 이후 실적이 해마다 나빠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21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9.7% 감소한 3153억원에 그쳤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0.6% 줄어 2379억 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실적 감소세는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부진한 실적 탓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상반기 2조7753억원에서 2.5% 증가한 2조844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1%, 37.4% 감소한 2744억 원, 1793억 원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아시아와 북미 사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을 통해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브랜드와 유통 채널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을 중심으로 설화수·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가 약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설화수의 브랜드 파워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기타 럭셔리 상품군이 적어 럭셔리 구매자의 손길을 끌기에는 역부족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로드숍 대표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현재 중국에서 5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올해도 점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내 중저가 화장품의 입지가 줄고, 화장품 구매 채널도 온라인으로 바뀌는 추세여서 점포 확장 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서 회장과 차 부회장의 희비는 경영 전략 싸움에서 이미 갈렸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진출에 공격적으로 나섰고, LG생활건강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로 '삼각 포트폴리오'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사드 이후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아모레퍼시픽은 직격탄을 입은 반면,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하며 음료사업에 진출하는 등 리스크 분산에 나섰던 LG생활건강은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한편 엇갈린 실적을 받은 두 CEO의 하반기 경영전략 또한 ‘극과 극’이다. LG생활건강은 여유로운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LG생활건강은 기존 럭셔리 화장품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후’ 외에 ‘숨’과 ‘오휘’로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위기를 혁신 상품 출시와 체험형 매장 확대, 해외 시장 신규 브랜드 출시 등으로 돌파할 전략을 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기존 아리따움을 체험형 매장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 전환을 확산해 체험형 콘텐츠를 대폭 늘리고 타사 멀티브랜드숍 입점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로드숍 매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마몽드도 최근 인도네시아에 오프라인 매장을 새로 열었고, 프리메라는 중국 시장에서 온라인으로 첫선을 보인다. 이니스프리는 캐나다에 1호점을 열 예정이며 에뛰드 역시 베트남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은 기업의 성패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엇갈린 두 기업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