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731/art_15644483457828_8dad0a.jpg)
[FETV=김현호 기자] 소유-경영을 분리하지 않고 기업을 운영하는 오너일가는 경영능력을 보여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운영해 빈축을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재벌 2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업의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물의를 빚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직책을 얻어 회사 경영에 참여한다. 도덕적 자질이 부족함에도 견제 받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이런 대기업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한국 대기업 중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오너는 전문 경영인에게 기업의 운영을 맡기며 주주로써의 권리만 행사한다. 하지만 최근 현대중공업은 ‘예비 회장님’ 만들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깨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을 지배하는 회사는 현대중공업지주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지분 30.95%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주주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정기선 부사장의 아버지다. 정 이사장은 소유-경영 분리 원칙에 입각한 채 28년째 넘게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영은 현재 권오갑 회장이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이런 원칙에 힘입어 2011년에는 매출 50조원을 넘기며 세계 1위 조선소라는 타이틀도 확보했다. 견제 받지 않고 일방적 지시만 하는 일반적인 대기업의 모습과는 다른 원칙에 따른 성과였다.
하지만 최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급부상으로 소유-경영 원칙을 깨려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부사장은 2010년 학업의 이유로 현대중공업을 퇴사하고 2013년에 다시 입사했다. 이후 상무와 전무를 거쳐 지난해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4년 만에 초고속 승진이었으며 재계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었다. 한국 재벌 에서 확인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금수저’ 경영인인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중공업은 승승장구 하는 정기선 부사장을 위해 '회장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양세다. 대표적으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재벌그룹 간담회에서 정기선 부사장이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경영자인 권오갑 회장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현대중공업측은 “청와대에서 오너가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전해 정 부사장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엄밀히 말하면 현대중공업의 오너는 정몽준 이사장이지 정기선 부사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는 1, 2대 주주로써 정 이사장이 25.80%, 정 부사장이 5.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가 오너를 원했다면 현대중공업은 정 이사장을 보냈어야 오히려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앞으로 소유-경영을 분리하고 차기 회장님을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형적인 후진적 황제 경영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측은 당시 소유-경영 원칙을 더 이상 분리하지 않을 것이란 질문에 “이번에만 그렇게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노골적으로 ‘정기선 띄우기’를 진행하고 있다며 믿지 않는 모양세다. 40년 동안 회사에 몸담은 권오갑 회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기선 이사장은 이미 가업승계를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3월 97주에 불과한 지분을 KCC로부터 매입해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주로 올라섰다. 또 그는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과 약 7000억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정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납세해야할 증여세를 해결하기 위한 명목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하려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조선업의 불황으로 현대중공업의 실적이 녹록치 않다. 현대중공업지주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이마저도 자회사의 수익성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반면 정기선 부사장은 조선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소액주주와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 부사장의 능력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현대중공업이 30년 가까이 고수하던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깨는 이유에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37살의 젊은 경영인인 정 부사장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