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오세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대외여건 불확실성의 전개 방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 오찬 간담회에서 창립기념사 때와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창립기념사를 발표한 이후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기념사를 다시 한번 반복하는데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우리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만한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한은은 불확실성 전개 방향과 그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과 관련해 “경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바 있다.
다만 내달 1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곧바로 금리 조정이 이뤄지기 보다 당분간 대내외 여건 추이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가 이날 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의 전제로 “대외 리스크의 전개 향방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황에 대해서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 정책 측면에서 모두 당분간 하방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해 1∼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6%로 저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이상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저인플레이션 현상은 경기순환적 요인 외에 구조적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어서 중앙은행이 과거보다 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원론적으로 볼 때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추가로 확대할 경우 금융안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금의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한다면 금리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우리나라의 저인플레이션 현상과 관련해 보더라도 적극적인 대응과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각각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병존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창립기념사에서 언급했듯이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