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우성 기자] 외국계 주류기기업들이 초고액 배당금을 책정하면서 가격인상, 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노골적인 한국 자본 빼먹기라는 의심을 지울수 없다.
배당은 기업의 투자유치, 자본확보 등을 위해 필요한 경영활동 이지만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페르노리카코리아·디아지오코리아·오비맥주 등 외국계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최대 200% 이상을 주주배당금으로 책정하면서 외국 본사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혈안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한 손해는 직원들의 구조조정, 제품의 가격인상 등으로 돌려, 외국계 모기업 수익창출을 위해 한국 근로자의 희생과,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 페르노리카코리아, 프랑스 본사에 115억원 배당과 구조조정…임페리얼도 매각=임페리얼,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 유명 위스키를 수입,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매년 과도한 주주배당금으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최근에는 메인 브랜드인 임페리얼까지 ‘드링스인터내셔널’에 매각 하는 상황까지 오면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2017년 7월∼2018년 6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프랑스 본사에 115억원을 주주배당금으로 지불했다. 당기순이익 171억원의 67%에 해당한다. 지난 3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 법인이 프랑스 본사에 배당한 돈만 458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로 인한 경영난이 오면서 앞서 1월 22일 임페리얼 브랜드 위스키의 영업·판매권을 드링크 인터내셔널에 양도하고, 127명의 정규직 직원을 감축한다는 구조조정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현재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직원은 270여명이다. 사측은 이미 퇴사한 인원을 제외하고 노조 집행간부 전원을 포함한 99명을 대기발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측은 "현재 회사는 경영상 위기로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내 생존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한바 있다. 직원들은 "본사에는 대규모 배당을 하면서 회사가 어렵다며 직원들을 자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갑작스러운 브랜드 매각과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반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노조를 지배·개입하고,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설명이다. 또 단체협약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장 투불 대표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고, 6개월의 징계를 내리는 등 노조탄압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페르노리카아시아가 지분 100퍼,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은 프랑스법인의 지주사인 앨라이드 도메크 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 디아지오코리아 4년간 4000억원대 주주배당금, 업계 최대 규모 배당=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윈저 등의 위스키, 보드카 스미노프, 흑맥주 기네스 등을 수입, 판매하는 외국계 주류업체다. 국내 위스키시장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는 수년째 상상을 초월하는 과도한 배당금을 뿌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외국 본사와 주주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72억을 기록했는데 배당금이 505억원이나 된다.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135%다. 이 금액은 오히려 역대 최저 배당금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5년도에 1918억원, 2016년 1354억원, 2017년도 572억원 등 해마다 천문학적인 수익금을 주주배당금이란 명목으로 지급했다. 4년동안 배당한 금액만 무려 4000억원에 달한다. 모두 영업이익의 100%를 초과한 금액이며, 특히 2015년도는 200%를 상회하기도 했다.
과도한 배당금으로 인한 손해는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5년 이상 근속한 직원 30명을 퇴직처리했다. 또 11일 조니워커, J&B, 텐커레이 진 등 위스키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디아지오는 180여개국에 진출해 있는데 이중 디아지오코리아만 인상한 것이다. 디아지오코리아 측은 인건비, 생산비 등 원가 인상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주주는 디아지오 본사가 아니라, 영국에 소재한 디아지오아틀란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어 모든 배당금을 가져가는 구조다.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는 과도한 배당금에 대해 "주주가치 재고를 위해 일정수준을 배당하고 있다"며, "위스키 시장이 많이 어렵기 때문에 배당금도 계속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도에 최대 영업이익의 200%를 배당률이 최근 100% 가까이 떨어지긴 했지만, 줄어든 수치도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이다. 배당금이 줄어든 이유는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가져갈 수 있는 현금배당의 절대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주배당금은 기업운영 과정에서 필수적이지만, 기업경영이 어려울 정도의 초고액 배당금을 책정한 것은 외국계 기업의 한국자본 빼내기라는 의심이 든다.
◆오비맥주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실적…당기순이익 90% 해외주주 배당금=미국계 맥주회사인 오비맥주도 다국적 위스키 업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가운데, 대부분의 이익을 해외 주주배당금으로 가져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오비맥주는 매출 1조6981억원, 영업이익은 5145억원, 당기순이익은 380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업계 2위 하이트진로의 249억보다 1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오비맥주의 실적은 ‘카스’의 공이 크다. 국내 시장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하며 1위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비맥주는 자사의 다른 브랜드까지 더해 6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주배당금으로 당기순이익의 90%에 해당하는 3450억원이 지급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냈지만 대부분의 이익을 주주배당금에 사용한 것이다. 과도한 배당금과 함께 탈세문제도 있었다. 2013년 국세청은 오비맥주가 7000억의 배당금 받고 세금을 내지 않아 1500억을 세금으로 추징했다.
오비맥주는 2010년 네덜란드 몰터어퀴지션주식회사에 인수됐고, 2014년 4월 벨기에 맥주회사인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외국계 기업이 됐다. 주주배당금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로 넘어가는 구조다. 오비맥주는 2년에 한번 꼴로 외국인 주주에게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2014년 오비맥주가 안호이저-부시 인베브에 인수된 후, 2015년부터 홀수 년도에는 배당금을, 짝수 년도에는 희망퇴직자를 받았다.
지난해 초 오비맥주는 희망퇴직을 추진했으나 노조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에 비노조원 일부만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오비맥주 근로자는 90%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며 10%는 비가입자다. 2016년에는 100명이 넘는 인원을 희망퇴직 시켰다.
최대 실적을 낸 오비맥주는 4월 4일 카스의 가격을 5.3% 인상했다. 오비맥주 측은 "원재료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으로 인해 맥주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판매관리비와 물류비는 5369억원으로 전년대비 95억원 하락했고, 매출원가는 6466억원으로 237억 상승했다. 순이익만 봐도 전년대비 500억원 이상 상승했지만 매출원가, 판관비 등이 150억원가량 상승했다는 이유로 가격인상을 설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과도한 주주배당금으로 인해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