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지 기자] 중국 정부의 따이궁(중국 보따리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국내 면세점 매출 실적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의 60% 이상은 중국 보따리상 비중으로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 보따리상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에 ‘남는 것이 없는 장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은 2조1656억원으로 나타났다. 월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면세점 매출은 지난 1월 1조711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데 이어 2월 1조7415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내 면세점 매출중 70%가 중국 보따리상이 꾸준히 증가해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면세점 매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중국인의 면세점 매출은 전체 매출의 73.4%에 달한 13조 920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면세업계들은 면세업계의 큰 손인 중국 따이공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의 30%가량의 수수료를 중국 여행 업체에 제공하며 여전치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업계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정작 실속은 중국이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면세업계 1∼3위인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 제공 행사를 늘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서울 명동 본점에서 화장품과 패션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구매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든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롯데는 이달 들어서는 외국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선불카드 구매액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적용한 선불카드를 주고 있다. 구매액이 많을수록 선불카드 혜택도 더 커지는 식이다. 3000달러(343만원) 이상을 사면 40만원 카드를 제공한다. 롯데의 공세에 2∼3위 업체인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선불카드 행사를 따라 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일반적으로 중국 여행업체에 손님을 보내주는 대가로 구매액의 20% 안팎을 송객 수수료로 내고 있다. 선불카드까지 포함하면 구매액의 30%가 다시 흘러나가는 셈이다. 이렇게 제공된 수수료는 따이궁에게 되돌아간다.
중국 여행사는 수수료 일부를 가져가고 따이궁에게 나머지를 돌려주면서 모객 행위를 한다. 면세점 간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따이궁의 이익만 극대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따이궁은 프로모션과 수수료율 등을 확인하며 혜택이 높은 면세점을 골라 다닌다.
지난1월 중국정부가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보따리상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음지에서 활동하던 보따리상이 사업자등록을 통해 양지에 올라오면서 위축 될 것이라는 추측을 했었지만 오히려 소규모 활동이 아닌 대규모로 움직이면서 더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전자상거래법의 명확하지 않은 조항 때문에 보따리상들이 법망을 피해갈 여지가 있다는 점도 영향에 미쳤다고 풀이된다. 법에 따르면 소액결제 거래의 경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법안에는 ‘소액’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강남에 신규 면세점이 출점하면서 업계 간 보따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은 사실이다. 한 곳의 면세점이 수수료를 올리면 다른 면세점들도 따라 올려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흐름상 어쩔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보다는 외국 관광객이 많아지고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면세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