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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TV=김윤섭 기자] "오너라고 안심할 수 없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그룹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이 완전하게 박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일로 한진 오너일가의 직접적인 경영 참여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 사상 최초 경영권 상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 특별 결의 사항으로 의결권 있는 전체 주식 숫자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이에 못 미치지 못했다.
총 의결 총수 73.8%가 참석했는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에 35.9%의 표가 몰렸다. 참여 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돌아서면서 연임안이 부결됐다. 이날 조 회장과 그의 장남 조원태 대표이사 사장은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창업주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선임돼 20년간 경영을 주도했으나 20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1992년 처음 사장을 맡은 것까지 고려하면 27년간 지켜온 대한항공의 비행기에서 하선하게 된 셈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3/art_15536731557086_78a15c.jpg)
▲조원태 경영체체로 급변, 지배구조는 여전히 굳건?
조 회장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대한항공은 장남인 후계자 조 사장 경영 체제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 사장은 지난해 3월 23일 사내이사에 선임돼 임기가 오는 2021년까지다.
당장 오는 6월 대한항공 주최로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가 조 사장의 본격적인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갑질 논란과 남편 폭행 논란으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역시 갑질 논란으로 물러난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오너 일가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 29%를 보유중이어서 대한항공의 지배구조는 굳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직에서 빠졌을뿐 직·간접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회사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이 경영권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주 대다수의 반대를 받으면서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재계에 큰 타격을 줬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연이어 터진 '땅콩 회항'과 '물벼락 갑질' 등 오너 일가의 각종 전횡에 대한 불만이 표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자본 시장의 촛불혁명'이란 평가를 내리는 이유다.
▲벼랑 끝에선 조양호, 29일 한진칼 주총은?
조 회장은 29일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을 남겨둔 상태다. 대한항공에 이어 치열한 표 대결이 예고된 한진칼 주총에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칼 주총의 최대 쟁점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다. 3대 주주인 국민연금(6.7%)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의결권 자문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진칼은 국민연금이 지분율 10%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의결권 사전 공개’ 대상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2대 주주(10.71%)인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석 대표 재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24일 “석태수 후보에 대해서 회사 가치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를 특별히 우려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찬성 투표를 권고했다.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정관변경 안건도 최대 쟁점이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이사는 결원 처리한다’는 정관변경 안을 냈다. 횡령·배임은 조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혐의중 일부여서, 한진그룹에서는 사실상 조 회장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통해 유감과 함께 우려의 뜻을 표했다.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 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계 한 관계자도 "창업주 등 기업가의 노력도 기업 성장에 기여한 바 가 크다"며 "예상치 못한 이번 사태로 기업가 정신 위축이나 경영 혼란 야기 등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지 걱정된다"며 국민연금에 신중한 주주권 행사를 당부했다.
해외투기 자본의 과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오너 경영인들이 경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품격'을 더 갖춰야 한다는 여론 반응이 다수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미국 LA 인근에 머물며 향후 대책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등 비오너 주주에 의해 경영권 상실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은 조양호 회장이 LA 구상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