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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조양호 '흐림' vs 최태원 '맑음'...국민연금 카운터펀치 한방에 총수 운명 엇갈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연임 실패
최태원 SK주식회사 사내이사는 재선임 성공

 

[FETV=김우성 기자] 국민연금이 27일 실시된 대한항공과 SK 주주총회에서 각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과 최태원 SK주식회사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조양호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한 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사회 의장에서만 물러나고 SK의 사내이사는 재선임됐기 때문이다.

 

◆ 국민연금, 문제의 총수 '연임' 반대표...결과는 '명암'

조 회장의 연임은 국민연금의 반대가 컸다. 국민연금은 11.56%의 지분을 가진 대한항공 2대 주주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찬성 64.1%, 반대 35.9%로 실패한 것이다. 이로써 조 회장은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당하는 첫 사례가 되었다.

 

끊이지 않는 대한항공의 갑질이 사회적 문제로 커지자, 이 같은 오너리스크로 인해 회사 경영에까지 차질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전날 회의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SK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전날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국민연금 보유지분이 8.4%로 대한항공 보다 적었지만, 다른 소액 주주들이 찬성했기 때문에 선임될 수 있었다.

 

◆ 조양호 일가 '갑질 논란' vs 최태원 일가 '사회적 물의'

조 회장은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자택의 온갖 잡일들을 시켜 논란이 된 것이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배수관 보수, 지붕마감공사, 강아지 산책과 배설물 치우기, cctv 설치, 와인창고 천장 보수, 페인팅 보수 시공, 화단 난간 설치, 보일러 보수 등의 일을 직원들에게 시켜왔다.

 

대한항공의 갑질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땅콩회항 사건부터다. 이어서 조현아 물벼락 갑질, 어머니 이명희의 고성과 욕설, 폭력 갑질, 조원태 부사장의 뺑소니 사건, 70대 할머니 폭행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밝혀졌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그 동안 당해왔던 갑질들을 폭로하며, 저항을 상징하는 ‘브이 포 벤데타 가면’을 쓰고 광화문에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외쳤다.

 

최 회장은 2015년 세계일보에 아내인 노소영과 별거중이고, 내연녀와 혼외자가 있음을 밝혔다. 이후 최 회장은 이혼 의사를 밝혔지만, 노씨가 이혼에 반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2017년 7월 노소영을 상대로 이혼 조정을 신청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최 회장은 본인의 갑질논란은 없었지만,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 그룹 대표이사의 맷값 폭행사건이 논란이 됐다. 2010년 10월 SK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해오던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영화 ‘베테랑’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했던 조태오와 매우 흡사하다. 이 외에도 직원과 집 근처 이웃들을 상습적을로 폭행, 위협했다는 사실이 여러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계속되는 오너 일가의 갑질과 사건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커지자, 이 같은 오너리스크로 장기적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결국 주총의 반대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 조양호 '흐림' vs 최태원  '맑음'...총수의 경영성적표

조 회장은 경영성적이 좋지 않다. 대한항공은 1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며 통상발표 2주 전 잠정 실적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전환 되는 실체를 감추기 위한 꼼수였다.

 

지난해 805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8079억원 규모의 당기 순이익에서 적자전환이 된 것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692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6% 감소한 수치다. 대한항공은 적자의 원인을 유류비의 인상으로 설명했지만, 당시에 이번 주총을 의식하고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주주들은 거듭된 오너리스크로 인해 조 회장 뿐 아니라 오너일가의 경영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차녀 조현민 부사장이 있는 진에어도 매출액이 전년대비 13%나 올랐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6%, 43% 하락했다.

 

최 회장의 경영능력은 여러 주주들이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SK그룹 주총에서의 최 회장의 연임은 소액 주주들이 그의 능력에 호응했기 때문이다. 그는 부친의 타계로 38의 젊은 나이에 회장에 취임했다. 취임 후 90년대 후반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하고,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개척했다. 2011년에는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바이오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 회장 취임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으로 재계 5위의 규모였지만, 현재 공정자산이 213조 2050억원에 이르며 삼성에 이어, 2위인 현대자동차를 거의 따라잡을 만한 3위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 경영은 그의 경영능력 외에도 가족들과의 좋은 관계가 한 몫 했다. 최회장은 지난해 그룹 성장을 함께한 형제와 친족들에게 SK주식 329만 주(4.68%)를 증여했다. 이는 최 회장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증여한 지분 가치는 9228억원에 이른다.

 

또, 작년 말 최 회장은 ‘딥체인지’라는 기조를 내세워 2019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SK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에서 결정된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 사항을 최종 확정했다. 그룹의 세대교체를 시작한 것이다.

 

최 회장의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경영실적 호전 등, 경영에 매진하면서 우수한 경영능력을 보여주었기에, 국민연금 반대표에도 다른 주주들의 힘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