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3/art_15536616792988_921aa9.jpg)
[FETV=김윤섭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잃게 됐다. 가족이 총동원된 릴레이 갑질로 구설수에 올랐던 만큼 조 회장의 퇴진은 예고된 결과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총 결과로 조양호 회장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주권 행사에 따라 오너 총수가 물러난 최초의 사례가 됐다. 이는 오너 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 받는다.
땅콩회항부터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 박탈까지 한진그룹 ‘조양호 왕조’의 민낯을 짚어본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3/art_1553661729232_3a3748.jpg)
▲조현아 전부사장의 ‘땅콩회항’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2014년 12월 5일 뉴욕발 대한항공 1등석에서 마카다미아를 봉지째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인 사무장을 하기(下機)시키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의 이 같은 행동으로 당시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250여 명의 승객들은 출발이 20분가량 연착되는 불편을 겪었다. 조용히 무마되는 것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12월 8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땅콩리턴, 재벌가 갑질 논란을 촉발시켰다. 특히 게이트를 떠난 항공기가 다시 게이트로 돌아오는 램프리턴에 대한 항공법 저촉 여부 등으로 국제적으로도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 대한항공은 조 부사장을 옹호하는 것은 물론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기는 사과문을 발표해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결정했다. 주요 보직은 모두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나 또 다시 논란이 됐고, 결국 12월 10일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그리고 조양호 회장과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증거 인멸 시도 등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계속 확산됐다.
2014년 12월 30일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죄, 형법상 강요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 등으로 결국 구속됐다. 2015년 2월 12일 1심 선고공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만 무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5월 22일 항소심 법원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회항 장소가 '계류장'이기 때문에 항로 변경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3/art_15536617676746_67b08f.jpg)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의 ‘갑질 폭행’
약속 시각에 늦게 되자 그는 운전기사의 얼굴에 침을 뱉은 뒤 "우측에 차 세워"라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다.
빨리 가자는 말을 듣지 않은 운전기사에게는 물이 담긴 플라스틱 컵을 머리 쪽으로 집어 던졌다. 운전기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도 "누굴 죽이려고"라며 욕설을 하고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찼다. 검찰의 공소장에 드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의 이른바 '갑질 폭행' 사례들이다.
이씨의 폭언·폭행은 주로 운전기사나 자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향했다. 이씨는 식재료(생강)를 충분히 사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왼쪽 눈 부위를 맞히고,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에 맞힌 것으로 조사됐다. 40∼50cm 길이의 밀대를 이마에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런 폭행 때는 항상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이 뒤따랐다.
자택에 있는 나무 신발장을 청소하며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등의 이유로 직원 허벅지를 찬 사례도 공소장에 세 차례 등장한다. 이씨가 직원들에게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된 물건은 스카치테이프 커터기, 철제 전자가위, 열쇠뭉치, 난(蘭) 화분 등 다양했다. 던진 난 화분이 깨지지 않자 다시 집어오라고 한 뒤 직원을 향해 던져 깨뜨린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욕설을 하고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작년 12월에는 인천본부세관이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이씨와 두 딸인 조 전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3/art_15536621566992_9e7010.jpg)
▲조현민 ‘물벼락 갑질’
작년 4월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음료수 병을 던지고 얼굴에 물을 뿌리는 ‘갑질’을 해 논란이 된 사건이다.
당시 익명 게시판에 조 전무가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는 회사와의 회의중 광고팀장에게 음료수병을 던지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회의 중 해당 팀장이 조 전무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유리로 된 음료수병을 던졌고 이후 분이 풀리지 않아 물을 뿌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논란이 되제 바로 삭제됐다.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광고대행사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은 사실이나, 직원 얼굴을 향해 뿌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진그룹 측은 또 "조 전무는 회의에 참석한 광고대행사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사과했다. 광고대행사 사장이 사과 전화를 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은 논란이 지속되자 조 전무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으나 조 전무가 2010~2016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이사 지내 항공사업법 등을 위반한 사실이 언론 보도 통해 알려지면서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수사를 맡았던 검찰이 조 전무를 무혐의 처분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조 전 전무에 대해 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는 '혐의없음' 처분을 하고, 폭행 혐의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은 특수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유리컵을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던진 것은 법리상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폭행 혐의와 관련해선 피해자 2명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권이 없다고 봤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또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조 전 전무가 해당 광고의 총괄 책임자로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시킨 것으로 볼 수 있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벼락 갑질은 무혐의로 결론 났지만,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비리 의혹을 수면위로 드러내는 시발점 역할을 했다. 조 전 전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 아내 이명희씨의 비리·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땅공회항’과 ‘물벼락 갑질’로 시작과 조양호 일가의 릴레이 갑질은 20년간 공고했던 '조양호 왕조'의 몰락을 가져왔다. 끊이지 않은 ‘갑질 논란’으로 검찰 및 경찰 포토라인에 줄줄이 섰고 실적 부진까지 겹쳐 신뢰를 잃으면서 소액주주가 등을 돌린 것이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지만, 여전히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조회장 일가의 지분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28.7%다.
‘조양호 일가’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워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 회장 일가의 업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만큼 ‘악화일로’에 빠진 한진 일가의 선택이 어떤 것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