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지 기자/ 김우성 기자] 대한항공 '땅콩 회황'으로 촉발된 재벌 2,3세의 경영 행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금수저라는 단어를 거론하지 않아도 이들 재벌 오너 일가는 일거수 일투족은 분명 세인의 관심 대상이다.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경영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은 물론 협력업체, 소액주주는 이들 금수저의 경영 성과에 일히일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관점에서 올해 유통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변화는 오너 2,3세 중심의 경영 체제를 꼽을 수 있다.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 여건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 대비해 가족·자녀들을 경영 전면에 나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참업주의 2,3세들이 남매경영, 형제경영, 자매경영, 부부경영 등 다양한 이름으로 경영권을 분담하며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게중엔 재계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광폭경영을 펼치며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횡령과 비자금 조성 등 각종 불법 경영으로 사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나쁜 사례도 있다. 유통가에서 유행하는 오너 2·3세의 각가지 경영백태를 들여다봤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사진= 신세계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89624087_9753f6.png)
◆3세 경영 시동 건 정용진·정유경 ‘신세계 남매경영’
정용진·정유경 남매는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녀들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부터 본격적인 두 남매의 분리경영체제 초석을 다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할인점과 복합쇼핑몰사업을,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사업으로 나눴다.
이후 2016년 4월 남매가 서로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서로 교환하면서 후계구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4월 정재은 명예회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식 21%를 정유경 총괄사장에게 증여하면서 지배력이 더 강화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두 남매의 책임 영역이 뚜렷하게 분리되고 있어 경영 성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아직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8.22%(508만94주), 신세계 지분 18.22%(179만4186주)를 각각 보유하면서 각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두 남매의 경영성과에 따라 지분 가치 비중이 증여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사진=현대백화점그룹]](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89863567_170145.png)
◆정지선·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우애 깊은 형제경영’
정지선·정교선 형제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07년 12월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진하면서 35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다. 동생 정교선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부회장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유통가에서는 가장 먼저 3세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등 유통부문을,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와 현대홈쇼핑 등 기타유통부문을 맡아 계열 분리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형제지간 우애가 두터워 여느 재벌가와 달리 잡음 한번 없이 ‘형제 경영’의 시너지를 잘 내고 있다는 평이다.
형제 모두 30대 젊은 나이에 오너 내지 중역이 됐으나 경영능력은 충분히 검증했다. 정지선 회장은 패션 부문 및 면세점 등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현재의 그룹을 일궜다. 정교선 부회장도 지난 5년간 30%에 가까운 현대홈쇼핑 매출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이 두 사람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형제간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정 부회장의 현대백화점 사내 이사 선임 안건으로 계열분리 이슈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정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 후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맡아 현대백화점 경영 일선에 나설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지분 12.5%를 가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를 보유하고 있다.
![이경후 CJ ENM의 브랜드전략 상무,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사진=CJ]](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90247268_850075.png)
◆이경후· 이선호 ‘CJ남매’…CJ그룹 3세들 경영전면에 나서
CJ그룹 3세들이 경영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씨는 지난해부터 CJ ENM의 브랜드전략 상무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씨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하고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 바이오사업팀장을 거쳐 현재 마케팅 담당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의 역할을 경영 분담한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미디어·커머스 사업부문은 이경후 상무가 맡고, 식품·지주 사업은 동생인 이선호 부장이 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과거 미디어·엔터 사업을 이미경 부회장이 맡고, 식품·바이오 등 주력사업을 이재현 회장이 맡던 '남매경영'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CJ그룹의 경영권이 집중된 CJ(주)의 주주명부에 3세들의 이름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어 3세경영은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3월31일 기준 CJ(주) 최대주주는 이재현 회장(42.08%)이며, 3세 중에서는 이경후 상무(3만7485주)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세령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 전무, 임상민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 [사진=대상]](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91331817_3a8378.jpg)
◆대상 오너 3세, 임세령·임상민 자매경영…‘경영 승계 경쟁 본격화’
임세령·임상민 자매는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의 딸들이다. 두 딸은 2016년 나란히 전무로 승진하면서 3세경영을 본격화했다. 한때 삼성가 며느리였던 장녀 임세령 전무가 '출가외인'으로 여겨질때까지만 해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밟아온 차녀 임상민 전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실제 임상민 상무는 2009년부터 전략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해 꾸준히 경영 수업을 받아 왔다.
임세령 전무가 육아에 전념하다 지난 2009년 이혼한 뒤 2012년 대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복귀하고 임상민 전무가 결혼과 함께 미국 지사로 발령이 나며 이때부터 미묘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임상민 전무로 무게 추가 기울며 안개가 걷히는 분위기다. 두 자매가 2016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할 때 임세령 전무는 식품BU 전략담당 중역을 맡은 반면 임상민 전무는 식품BU와 소재BU 양쪽에서 전략담당 중역이 됐다.
임상민 전무는 핵심 계열사의 각 BU별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이다. 반면 장녀인 임세령 전무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하는 식품 BU 마케팅만 관할하게 된 셈이다. 지분 장악력면에서도 임상민 전무가 우위에 있다. 임상민 전무는 2001년 지분 상속과 2005년 지주사 전환, 2009년 지분 추가 매입 등을 거치면서 대상홀딩스 지분을 36.71%나 확보했다.
언니인 임세령 전무와 격차가 16%포인트가 넘는다. 임세령 전무가 그동안 개인 사업에 치중하면서 회사 경영에 큰 뜻을 비추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동생인 임상민 전무로의 승계가 임 명예회장의 큰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90640602_8c2d01.png)
◆담철곤·이화경 부부경영, 오리온그룹 ‘용두사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은 故이양구 전회장의 둘째 사위다. 담 회장은 화교 2세로 이 전회장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동양그룹에 입사했다. 하지만 이 전회장이 첫째사위를 아들처럼 여기고 총애해 동양그룹을 거의 그대로 승계한 반면, 담 회장은 동양제과만을 물려받아 출발을 했다.
1989년 담철곤 회장은 동양제과의 경영권을 물려받고 나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IMF때 제품 수를 줄여 오히려 경영실적을 높이거나, 성장동력을 위해 20억원을 투자해 각 분야에 뛰어난 20~30대 인재들로 구성한 ‘APEX’를 조직했다. 또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현지 공장과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에 힘써, 현재 연매출 2조 5000억원 중 70%가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각각 12.91%, 14.49%의 지분을 보유하며 2013년 말까지 운영하다가, 함께 오리온그룹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갑작스런 사퇴에 여러 의혹이 있었는데, 연봉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부터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내역을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 뒤 그와 부인이 2013년 총 10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담 회장은 검찰조사 결과 지난 2011년 6월 300억원대 회삿돈 횡령 및 유용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 [사진=삼양식품]](http://www.fetv.co.kr/data/photos/20190312/art_15528791577044_bbc403.jpg)
◆ 전인장·김정수 부부경영, 삼양식품의 ‘끝없는 추락’
전중윤 전회장이 2010년 3월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아들인 전인장 회장이 본격적으로 취임했다. 부인인 김정수 사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삼양식품이 부부경영체제로 운영되었다. 현재 삼양식품은 삼양내츄럴스가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 회장이 21%, 김 사장이 42%의 지분을 들고 있다.
전 회장은 1992년부터 삼양식품에 입사하여 창업주 전중윤 회장 밑에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오랜 준비를 해왔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취임이래로 4년간 매출은 15.4% 증가했으나 순익은 59.7%가 하락하여 반토막이 났다. 아버지 세대에서 세운 전설과 인스턴트 라면의 시조격인 회사였지만, 다른 경쟁업체에게 밀려 시장을 선도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결국 2015년 적자전환이 되면서 바닥을 찍게 됐다.
경영실적과 더불어 사건사고도 많았다. 두 오너 부부는 지난 1월 회삿돈 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또, 김 총괄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14년에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삼양식품이 이마트에 라면류를 납품하면서 삼양내츄럴스의 거래과정을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받은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