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반도체와 AI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SK에코플랜트가 실적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기업공개(IPO)는 제도 변화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중복상장 규제 강화로 상장 일정이 불확실해지면서 재무적 투자자(FI) 부담 확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변화는 ‘구조 전환’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급격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로·건축 등 전통 건설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반도체와 AI 인프라가 실적을 이끄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매출은 12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며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됐다. 특히 반도체·AI 인프라 구축, 소재·가스 공급, 메모리 모듈 및 리사이클링 등 이른바 ‘하이테크’ 관련 사업이 전체 매출의 60% 후반대에 달하며 사실상 주력 사업으로 올라섰다. 반면 전통 건설 비중은 30% 아래로 낮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의도된 전략의 결과다. 회사는 환경 사업 일부를 매각하며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한편, 반도체 소재와 산업용 가스, 메모리 모듈 기업을 잇달아 편입했다. 단순 시공(EPC)에 머물렀던 사업 구조를 넘어 소재 공급부터 운영·재활용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전 생애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건설사를 기반으로 한 하이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력 안정성과 열 관리, 운영 효율이 핵심인 ‘미션 크리티컬’ 인프라 구축 역량을 앞세워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 공장 EPC와 데이터센터 구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복합 역량은 향후 AI 확산 국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체질 개선이 궁극적으로 IPO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는 점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사전 기업공개(프리 IPO)를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4000억원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6000억원은 전환우선주(CPS) 형태로 조달됐다.
특히 CPS 물량에는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SK에코플랜트는 기업가치 제고 작업을 지속해왔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성 개선은 이 같은 로드맵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상장사인 SK㈜를 모회사로 둔 구조상 자회사인 SK에코플랜트의 IPO가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장 일정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특히 제도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예외 인정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망세도 짙어지고 있다.
상장이 지연될 경우 재무적 부담은 곧바로 현실적인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계약에 따라 올 7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FI에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은 물론, 별도의 패널티와 이자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또 다른 과제는 사업 구조의 ‘외연 확장’이다. 현재 반도체 관련 수주의 상당 부분이 그룹 내부 물량에 집중돼 있는 만큼 외부 고객사 확보를 통한 사업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이테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성과로 이어진 만큼 이를 기반으로 한 독립적인 경쟁력 입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결국 SK에코플랜트는 지금 ‘성과 이후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반도체 중심의 사업 재편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IPO라는 마지막 관문에서 제도 리스크라는 변수를 맞닥뜨린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중복상장 규제의 구체화 여부와 적용 방식이 상장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대로 상장을 마무리할 경우 그간의 체질 개선이 기업가치로 연결될 수 있지만 일정이 어긋날 경우 FI 부담과 재무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SK에코플랜트의 올해 경영은 ‘하이테크 성장의 가속’과 ‘IPO 완주’라는 두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AI 인프라 사업 신규매출 증가, 청주 M15X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본격화, 반도체 관련 자회사 실적 등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올해도 반도체·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에 따라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편입된 소재 계열사 실적이 100% 반영되는 것도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중복상장 규제로 인한 IPO 여부 및 시기 불확실성 문제는 일단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되면 그에 따를 예정”이라며 “FI들과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