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두산그룹이 올해 반도체 소재와 에너지 설비를 양축으로 한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유지했다면 올해는 전자BG와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투자 강도를 끌어올리며 성장 축 재편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공개된 두산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9조7841억원, 영업이익 1조6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1%, 5.9% 증가한 수치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안정적 실적과 ㈜두산 내 사업부문인 전자BG의 실적 성장이 맞물리며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투자 구조에서도 드러났다. ㈜두산의 사업부문 투자액은 2024년 516억원에서 지난해 998억원으로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전자BG 투자액이 93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두산 전자BG의 경우 반도체 기판 소재인 CCL을 생산하는 ㈜두산의 사업부문으로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의 직접 수혜 영역으로 꼽힌다.
반면 일부 계열사는 투자 조정 기조가 나타났다. 두산밥캣의 2024년 투자액은 3295억원에서 2025년 3108억원으로 감소했고 두산퓨얼셀 역시 같은 기간 812억원에서 605억원으로 투자가 축소됐다. 전체 투자 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 대신 핵심 사업 중심으로 자원을 재배치하는 흐름이다.
올해 공개된 향후 투자 계획에서는 이러한 방향성이 더욱 뚜렸해졌다. 올해 두산 전자BG 투자 예정액은 약 2725억원으로 지난해 투자액인 93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 사업인 CCL 설비에만 2445억원이 집중 투입된다. 여기에 전장·Flexible 소재 생산시설 투자 역시 확대되며 전반적인 반도체 소재 생산능력 확장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전자BG의 경우 올해 국내외 공장 증설과 설비 유지보수 등 여러 방면의 투자가 계획 중”이라며 “시장 환경이나 사업 업황에 따라 투자 규모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전자BG에 이어 올해 대규모 투자 확대가 예정돼 있다. 2025년 2300억원 수준이던 투자액은 올해 7889억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이 가운데 공장 신증설·보수에 5687억원이 집중될 예정으로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에 의하면 올해 투자 증액의 경우 지난해 예고한 SMR 관련 공장 투자액이 대부분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창원공장에 소형모듈원자로(SMR) 전용 공장을 새로 짓는 등 8068억원 규모의 신규 시설 투자를 이사회에서 의결한 바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대응 수단으로 SMR 등 차세대 원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에너빌리티는 공장 증설 외에도 기술 개발과 관리·지원 부문 투자를 병행하며 가스터빈, 풍력 등 차세대 에너지 설비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반면 앞서 언급한 두 계열사와 달리 두산퓨얼셀과 두산밥캣은 투자 축소 기조가 이어진다. 퓨얼셀과 밥캣 양사의 올해 투자액은 각각 308억원, 2077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49.09%, 33.17% 가량 하락 조정된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의 경우 그룹 내 투자 우선순위가 명확해진 모습이다.
이 같은 투자 재편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제시한 전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박 회장은 올해 AX(AI 전환)를 중심으로 한 확장을 주문하며 전자소재와 에너지 사업을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는 AI 시대 전력 수요 증가와 반도체 소재 수요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국 올해 두산의 투자 전략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닌 선택과 집중에 가깝다. 에너빌리티를 통한 AI 전력 인프라 대응과 전자BG를 통한 반도체 소재 공급 확대를 양축으로 삼아 AI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