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신동현 기자] 펄어비스가 24일 과천 펄어비스 사옥에서 오는 3월 20일 출시 예정인 기대작 ‘붉은사막’의 개발 현장을 미디어에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디오실을 비롯해 액션을 구현하는 모션 캡처실, 배경을 구축하는 3D 스캔 스튜디오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바람 소리부터 ‘기계 용’까지 구현하는 오디오실
약 30여 명의 취재진은 3개 조로 나뉘어 이동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공간은 오디오실이었다. 개발자들이 헤드폰을 착용한 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공간을 지나 도착한 이곳에서는 게임에 삽입되는 음악과 효과음을 제작한다.
성우 녹음 부스와 엔지니어 작업 공간은 분리돼 있으며 성우가 녹음을 진행하면 엔지니어가 즉시 음원을 받아 편집과 후반 작업을 이어가는 구조다.
제작진은 “음악과 효과음 등 게임에 들어가는 사운드 전반을 이곳에서 제작한다”며 “녹음과 편집을 유기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한 ‘폴리(Foley) 스튜디오’에서는 게임 속 환경음을 직접 녹음한다. 바닥에는 모래, 자갈, 풀 등 다양한 질감이 조성돼 있어 발소리부터 자연음까지 실제와 가깝게 구현할 수 있다. 체인메일과 플레이트메일 등 중세 갑옷도 구비돼 있어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직접 녹음한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기계 용’ 사운드 제작 과정이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기계 생명체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배전함의 울림이나 세탁기 호스의 진동 등 일상적인 사물을 활용해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다.
제작진은 “상용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우리 게임만의 고유한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직접 폴리 녹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디오 구현 방식도 소개됐다. 기존에는 특정 상황에 수동으로 사운드를 매칭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물리 엔진과 연동해 자동으로 사운드가 계산·출력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바람이 불면 수풀이 흔들리고 해당 값이 엔진에서 연산돼 강도에 맞는 바람 소리가 자동 출력되는 구조다. 물체 충돌 시에도 재질을 인식해 돌에는 돌 소리, 나무에는 나무 소리가 출력된다. 폭발 시 파편과 캐릭터 반응음 역시 엔진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제작진은 “모든 요소가 데이터화돼 있으며 엔진이 연산한 값을 오디오가 선택해 출력하는 구조”라며 “대규모 오픈월드 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전투 사운드 철학도 공개됐다. 총괄 디렉터는 “AAA 게임은 일반적으로 세련되고 하이파이 사운드를 추구하지만 우리는 일부러 기존 문법을 비틀었다”고 말했다. 그래픽은 리얼리즘을 지향하되 사운드는 오히려 투박하고 레트로한 질감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액션의 타격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제작진은 “현실을 그대로 청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적 재미를 살리는 사운드를 찾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수백대 카메라로 리얼리티 구현하는 모션 캡처실
오디오실 체험을 마친 뒤 5층 모션 캡처실로 이동했다. 이곳은 펄어비스가 강조하는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핵심 공간이다. 사방에 설치된 광학식 적외선 카메라가 마커를 추적해 배우의 움직임을 3D 데이터로 기록한다.
1600만 화소급 모션 캡처 전용 카메라 120여 대가 설치돼 있으며 안양 아트센터까지 포함하면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안양 아트센터에는 150대의 카메라와 9m 이상의 층고를 갖춘 300평 규모의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모션 캡처실은 게임 엔진과 직접 연결돼 있어 촬영 후 별도의 후작업 없이 게임 내 구현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닥에는 충격 방지를 위한 특수 스펀지가 깔려 있고 공중·수중 모션 촬영을 위한 3축 회전 장치 ‘튜닝 포크’와 와이어 장치도 마련돼 있다.
옆 공간에는 검, 창, 도끼, 활 등 실제 크기와 무게를 반영한 소품이 구비돼 있으며 낚싯대와 곡괭이 등 다양한 도구도 준비돼 있다.
제작진은 “무기의 무게 중심과 두께, 질감이 배우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며 “실제와 유사한 소품을 제작하거나 구매해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1인 촬영뿐 아니라 다인 촬영도 활발하다. 최대 24명까지 동시에 촬영한 사례도 있다. 서로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것이 리얼리티 구현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액션 담당 개발자들이 칼과 창을 맞대는 대련을 진행했고 해당 움직임이 게임 화면에 그대로 구현되는 모습이 시연됐다.
◇15도 단위 정밀 촬영으로 현실감 살리는 3D 스캔 시스템
마지막으로 방문한 6층 3D 스캔 스튜디오에서는 실제 사물과 인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한다. 180여 대의 카메라가 사람, 갑옷, 무기 등을 일괄 촬영해 인체 표정과 사물 형태를 3D 데이터로 구축한다. 턴테이블을 15도 단위로 회전시키며 촬영해 정밀도를 높인다.
스튜디오는 ▲전신 스캔 ▲페이셜 스캔 ▲자연물 및 소품을 3D 리소스로 제작하는 턴테이블 카메라 부스 등 3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특히 제작진은 게임에 활용하는 돌과 사물을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수집한 뒤 스캔해 엔진 리소스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물의 디테일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게임 제작에 동일 소스를 활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작업할 때마다 새로 제작한다”고 답했다. 반복 활용 시 원 소스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7년에 걸친 개발 끝에 ‘붉은사막’은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의 차세대 게임 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으로 개발 중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다. 광활한 파이웰 대륙을 배경으로 주인공 클리프와 동료들의 여정을 그리며 오는 3월 20일 콘솔·PC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