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건혁 기자] 라온피플이 전환사채 조기상환 요구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유상증자에 나섰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확장을 추진했던 과거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며, 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라온피플은 주주배정 후 발생한 실권주의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을 앞두고 있다. 라온피플은 보통주 1450만주를 발행해 약 197억원을 모집하며, 주주배정 후 남는 주식은 일반공모 청약을 통해 배정한다.
이번 공모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약 172억원은 채무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라온피플은 2024년 1월 제2회차 전환사채 260억원을 발행했는데, 당시 7408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들어 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전환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요구했고,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상환 재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라온피플은 인공지능(AI) 기반 비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교통제어시스템 분야로 확장 중인 라온로드, 치과·수면 의료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라온메디, 클라우드 기술지원 등을 수행하는 티디지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만 실적 흐름은 녹록지 않다. 최근 3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111억원, 2024년 162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영업손실 186억원을 기록하며 반등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사업 부문별로도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플랫폼·카메라모듈검사 등 주요 부문에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라온피플은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해 사업을 유지·확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2021년 코스닥 상장사 푸드나무와 합작 설립한 H&H는 지난해 파산했고, 2023년 12월 지분을 인수한 티디지도 2024년 20억원, 2025년 3분기 누적 4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
티디지의 부진은 라온피플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온피플이 티디지 지분을 인수할 당시 울바홀딩스 및 재무적투자자(FI)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 때문이다. 계약에는 티디지의 실적이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투자자가 보유 주식의 일정 비율에 대해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회사는 해당 옵션이 현실화될 경우 라온피플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50억원 안팎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상장 일정도 변수다. 주주간 계약에는 예비심사 청구가 기한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가 드래그얼롱(동반매각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티디지는 일반상장 요건인 ‘영업이익 30억원’ 충족이 쉽지 않아 특례상장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진 만큼 계획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드래그얼롱이 발동돼 라온피플이 티디지 지분을 매각하고 종속기업에서 제외될 경우, 2024년 3분기 누적 기준 연결 매출의 대부분이 티디지에서 발생한 구조가 흔들릴 수 있어 실적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