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신탁사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 속에서 신영부동산신탁이 관련 소송에서 처음으로 패소 판결을 받았다. 기한을 단 하루 넘긴 책임준공 미이행이 손해배상 책임으로 직결되면서 회사가 안고 있는 잠재 리스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법원은 대주단이 신영부동산신탁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 간석동 오피스텔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탁사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해 70억원과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령했다. 해당 사업장은 책임준공 기한을 단 하루 넘긴 사례였으며 대주단의 자금 집행 지연이 있었다는 점도 쟁점으로 다뤄졌지만 법원은 이를 면책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책임준공 확약을 계약상 엄격한 의무로 해석하는 최근 법원 판단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공사 부실이나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약정된 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석이 강화되는 분위기다. 신탁업계에서는 소규모 지연이나 경미한 공정 차질도 곧바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영부동산신탁은 이미 소송 관련한 우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태다. 2025년 9월 말 기준 본 건 소송 포함 회사가 연루된 전체 소송가액은 658억원에 달한다. 다만 책임준공 소송 외 나머지는 신탁재산과 관련된 사안으로 고유계정 손실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책임준공 기한을 경과한 사업장이 누적돼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시점 기준 책임준공형 사업장 가운데 기한을 넘긴 곳은 총 9건으로 관련 PF 대출 잔액은 2741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건은 PF 대출이 전액 상환돼 책임준공 의무 부담에서 제외됐지만 나머지 사업장은 향후 소송 등 우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완공 사업장도 부담 요인이다. 책임준공형 사업장 중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은 3건으로 모두 계획 대비 실행 공정률이 낮은 상태다. 가장 큰 공정률 격차는 7.2%포인트로 향후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추가 사업비 투입이 불가피할 경우 신탁계정대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1건은 이미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한 상태다.
신영부동산신탁은 현재로서는 나머지 미완공 사업장에 대해 책임준공 기한을 준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시공사의 신용도 저하와 분양 부진 등 외부 여건을 감안할 때 추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신영부동산신탁 역시 책임준공형 사업의 리스크 관리 강도를 한층 높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신탁사의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신탁사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천 주상복합 개발사업 관련 1심에서 PF 대주단에 대출 원리금 전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즉각 항소에 나섰다. 재무적 대응보다는 법리 정립을 통한 책임 범위 축소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한자산신탁은 같은 리스크를 두고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올해 들어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과 관련된 소송 9건을 모두 합의로 종결하고 대주단에 약 3000억원의 대출 원리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했다. 장기 소송이 가져올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을 감안할 때 조기 정산이 실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신탁사들의 대응이 각사의 재무 여력과 리스크 인식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적 판단을 통해 책임 범위를 다투는 방식,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조기 정산을 택하는 방식 등 책임준공 리스크를 둘러싼 대응 전략이 뚜렷하게 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임준공형 신탁이 더 이상 ‘확장가능한 고수익 모델’이 아니라 ‘자본으로 감내해야 할 고위험 구조’로 재평가되는 가운데 신영부동산신탁의 이번 패소는 소송 한 건을 넘어 향후 재무안정성과 사업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부동산신탁 관계자는 “타 신탁사의 재판 결과에 따른 대응들은 알고 있다”며 “당사는 해당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2심에서는 당사가 제시하는 주장과 증거들을 통해 법리의 옳고 그름과 더불어 책임의 범위에 대해 다시 다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