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원일 기자] 부동산 PF 책임준공 의무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KB부동산신탁이 법원의 원리금 전액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에 나섰다. 책임준공 미이행 시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법원 결정에 대해 KB부동산신탁은 ‘지급보증과 동일시할 수 없다’며 법리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는 인천 논현동 주상복합 개발사업과 관련해 KB부동산신탁이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PF 대주단에 대출 원리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책임준공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를 ‘실제 발생한 손해’로 제한해야 한다는 KB부동산신탁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부동산신탁은 해당 PF 대출이 순차적으로 상환되는 중이었고 분양상품 개발사업인 만큼 대출 원리금 전액을 배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 따라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판결은 책임준공 확약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KB부동산신탁의 첫 선고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재판부는 신탁계약과 대출약정, 책임준공확약서에 반복적으로 명시된 조항을 근거로 준공 지연 시 대출 원리금과 연체이자를 손해로 특정해 지급하기로 한 당사자 간 합의가 성립돼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 발생과 손해액을 둘러싼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라는 해석이다.
‘책임준공’은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 대신 신탁사가 공사 완수를 약속해 PF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신탁사는 사업비의 약 2%를 수수료로 받는 고수익 사업으로 이를 적극 확대해왔지만 부동산 경기 하강과 공사 지연이 겹치며 약정 리스크가 재무 부담으로 전이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2017년부터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을 본격 도입하며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문제는 이 전략이 ‘호황기’에는 빛을 발하지만 ‘침체기’에는 치명적 약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시장 호황기에는 높은 수수료로 수익을 챙길 수 있지만 업황 악화 시 공사가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KB부동산신탁이 공시한 ‘책임준공 의무 미이행 사업장 내역’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책임준공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은 총 13곳이다. 이들 사업장의 PF 약정 한도는 총 1조3281억원, 대출 실행액은 9849억원에 달한다. 이 중 5곳이 소송 진행 사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2025년 5월과 8월 신한자산신탁의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신탁업계에서는 연이은 패소 판결로 향후 유사 소송에서 신탁사에 불리한 해석이 자리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소 시행사 부도가 늘어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이처럼 지난해 타 신탁사의 1심 패소 이후 신탁사들을 상대로 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도 잇따랐다. KB부동산신탁도 2025년에 책임준공 관련 소송을 연달아 제기당했다. 이전까지 진행 중이던 소송을 포함하면 현재 KB부동산신탁의 책임준공 관련 소송은 8개 사업장, 11건으로 전체 소송가액은 약 2500억원 규모다. 이번 사건은 이 가운데 첫 선고 사례다.
KB부동산신탁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재무 대응보다는 법적 판단을 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사는 책임준공 확약이 지급보증이나 신용보강과 동일하게 해석될 수 없으며 손해배상 범위 역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로 제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항소심 결과와 무관하게 책임준공 약정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바꾸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신규 수주가 감소한 상황에서 책임준공 리스크까지 현실화되며 신탁사들의 수익성과 재무 부담이 동시에 압박받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신탁사들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기까지는 일정 기간 경과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1심 판결에 대한 회사 입장 및 향후 소송 대응과 관련해 KB부동산신탁 측에 문의하였으나 담당자 부재로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