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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돋보기] 위축이냐 엄살이냐, 3차 두고 엇갈린 시선

경제계 “비자발적 자사주 예외 필요”
투자업계 “보완은 인정하나 우려 과해”

[편집자 주]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서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차 상법 개정이 주주권 보호 강화 신호를 주며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촉진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FETV는 앞선 상법 개정의 효과와 쟁점을 짚고 이어질 3차 상법 개정 논의가 기업과 자본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보고자 한다.

 

[FETV=이건혁 기자] 올해 1월 ‘자기주식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 자사주가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지만, 외국인 지분 한도 규제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 등 예외가 필요한 사례가 존재해 보완 논의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만 ‘3차 상법 개정’과 관련한 법안 2건이 발의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 2일, 이정문 의원이 1월 15일 각각 법안을 제출했다. 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기업이 자기주식을 취득할 경우 이를 원칙적으로 의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논의는 현행 제도에서 비롯됐다. 현행 상법은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은 허용하면서도, 취득 이후 처분(매각) 또는 소각 여부는 정관·이사회 결정에 맡기고 있다. 그 결과, 취득한 자사주가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우호 세력에 매각되는 방식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외국인 보유한도 관련 예외 검토…비자발적 취득 자사주 관련 요청도

 

다만 업계에서는 일률적인 의무 소각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 사례로 KT가 거론된다. 1월 28일 기준 KT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4.34%다. 문제는 전기통신사업법상 KT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외국인 지분이 49%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같은 날 기준 외국인 보유 지분율이 49.0%인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유통주식 수가 줄어 외국인 지분율이 51.2%까지 올라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이 때문에 “현행법상 다른 규제로 제한이 걸리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는 방식”의 보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이정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소각으로 외국인 투자 제한 규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 자기주식을 처분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포함돼 있다.

 

경제계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경제 8단체는 1월20일 정부와 국회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처분·소각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합병 등으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사주는 의무 소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계는 비자발적 취득 자사주가 지주회사 전환 과정 등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의무 소각이 제도화되면 향후 구조개편이 필요한 산업에서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재편 필요성이 커진 만큼, 예외 규정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론도 엇갈린다.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자사주 10% 이상 보유한 상장사 10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반대 이유로는 “다양한 경영전략에 따른 자기주식 활용이 어려워진다”는 응답이 29.8%로 가장 많았다.

 

◇투자업계 “이제 시작에 불과”…세법 개정 필요성도

 

반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 폭은 넓어졌지만, 지배권 강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주가치 훼손을 막는 장치는 상대적으로 미흡했고 관련 논의도 뒤로 밀려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개정이 ‘투자자 보호의 출발점’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이남우 회장은 “야구로 따지면 아직 3~4회에 불과하다”며 “상법 개정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우려는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개된 회사는 주주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에 일정한 ‘숨통’을 열어줄 보완책도 병행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상법 개정 이후 회계·세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연속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관련 세법상 쟁점과 개선 방향을 별도로 다루며 상법·회계·세법 간 정합성 문제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특히 상속세 이슈를 민감하게 본다. 현행 세법에는 감자(자본금 감소)를 위해 일부 주주의 주식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이 이익을 얻으면 이를 증여로 보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 부분이 정비되지 않으면, 제도 취지와 달리 예상치 못한 편법·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장기적으로 개정 효과를 내려면 기업이 제도 취지에 맞게 이행할 수 있도록 유도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AFW파트너스 이선엽 대표는 “전반적인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지만, 연속성을 위해서는 세법, 그중에서도 상속 관련 개정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까지 감수하며 움직여야 한다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