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병오년 새해를 맞아 원천기술과 한미 조선 협력을 다시 경영의 최상단에 올려놓았다. 방산·조선·우주를 그룹의 핵심 축으로 명확히 한 가운데, 2026년은 반복돼 온 전략이 실제 수주와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방산과 조선을 중심으로 한 기술 경쟁력 확보, 그리고 한미 조선 산업 협력(MASGA) 실행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 확대와 공급망 재편, 방산 수요 증가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한화가 선택한 방향은 새로운 전략이라기보다, 그간 축적해 온 선택지를 전면에 다시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화는 최근 수년간 방산·조선·우주를 그룹의 중장기 성장 축으로 제시해왔다. 이번 신년사에서도 김 회장은 원천기술 확보와 전략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강조하며 메시지의 강도를 높였다. 김 회장이 원천기술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기 수주 경쟁을 넘어, 설계·제작·운용 전반을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어디까지 와 있는가’에 쏠려 있다. 선언이 반복된 만큼, 이제는 실행 결과로 판단받을 시점이라는 의미다.
사업 구조를 보면 이러한 선택은 이미 숫자로 확인된다. 조선 부문을 담당하는 한화오션은 조선 사업에서 2조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그룹 내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방산을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방산 부문에서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며 실적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화학·에너지 부문은 가격 변동성과 수익성 관리 부담이 여전히 상존하는 영역으로, 방산·조선 중심 전략이 불가피한 구조라는 점이 드러난다.
문제는 속도와 가시성이다. 한미 조선 협력과 관련한 구상은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대형 수주 확대나 실적 기여로 뚜렷하게 연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신년사에서 한미 조선 협력(MASGA)에 대해 ‘한화가 책임지고 실행하겠다’는 표현을 쓴 점은 단순 참여가 아니라, 성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한 협력 구상이 실제 계약 체결과 생산 확대, 매출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2026년 한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화는 AX(AI 전환)와 기술 혁신도 병행 과제로 제시했다. 제조 현장과 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해 생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 역시 선언을 넘어 실제 투자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산·조선이라는 성장 축이 분명한 만큼, 다른 사업 부문의 부담을 얼마나 흡수하며 그룹 전체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종합하면 2026년 한화는 새로운 전략을 꺼내든 해라기보다, 반복돼 온 전략이 성과로 평가받는 국면에 들어섰다. 원천기술과 한미 조선 협력이 수주와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가 병오년 한화의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