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이신형 기자] HD현대가 정기선 회장 체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맞이했다. 지난해 권오갑 회장이 안전과 미래 준비에 방점을 찍었다면 올해 정기선 회장은 독보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두려움 없이 도전할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권오갑 회장은 안전을 모든 생산의 근본으로 규정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체력 확보와 미래 준비를 주문했다. 당시 HD현대의 경우 호황 국면을 맞이한 조선 부문을 제외하면 정유·석유화학·건설기계 등 주요 사업의 업황이 전반적으로 둔화된 상황이었다. 불확실성이 큰 국면에서 관리와 안정, 중장기 대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지난해 신년사의 핵심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난해는 주요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HD현대의 실적 체질이 한 계단 올라간 성장의 해였다. 조선 부문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선가 수주 물량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며 역대 최대치 실적을 기록했다. 전력부문 자회사인 HD현대일렉트릭과 HD사이트솔루션 등 건설기계부문 주요 자회사들도 유럽·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HD현대의 매출은 52조5223억원, 영업이익은 4조12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 영업이익은 96.1% 증가했고 영업이익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HD현대는 지난해 대규모 사업 개편도 진행했다. 조선 부문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을 진행했고 2025년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이 출범했다. 건설기계부문 역시 지난해 8월부터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을 추진했고 이번달 1일 국내 최대 건설기계 기업인 HD건설기계를 출범시켰다.
이처럼 변화와 미래 성장 준비가 지속되던 지난해 말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사장단 인사를 통해 HD현대 회장으로 승진하며 HD현대는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됐다. 정 회장은 당시 사내 이메일을 통해 “함께 힘을 모아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빌더가 되자”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정 회장이 언급한 ‘퓨쳐빌더’ 구상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의 주요 키워드로 ▲독보적 기술 ▲두려움 없는 도전 ▲건강한 조직 ▲안전 등을 강조했다.
먼저 중국 조선사들이 양적 우위를 넘어 기술력까지 추격하고 있다는 현 상황을 진단하면서 전 부문을 대상으로 기존 경쟁력에 안주하지 말고 기술 초격차를 확장할 것을 주문했다. 또 그룹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 자율운항,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상품에 적용하는 상용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정 회장은 '두려움 없는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려움 없는 도전의 경우 무모함이 아닌 가장 잘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자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지난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지난해 신년사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 보다 실천적인 주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조직 문화에 대한 강조도 더해졌다. 정 회장은 도전적 과제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문제 발생 시 책임 추궁보다는 함께 해법을 찾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3일 울산사업장을 방문하며 상호존중과 소통의 문화를 강조하고 이번달 6일 열린 시무식에서도 “소통 문화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 언급하는 등 이전부터 조직 문화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종합해보면 지난해 HD현대가 안전과 관리 그리고 미래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독보적 기술과 그를 뒷받침할 조직력을 기반으로 도전과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는 정기선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국면에 들어서며 그의 ‘퓨처빌더’ 전략이 기술력과 도전으로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증권업계는 HD현대에 대해 "주요 계열사 실적 개선세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2026년은 조선부문과 건설기계 부문 합병 이후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지분 가치 증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