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푸른 뱀의 해’로 불린 2025년 을사년, 국내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FETV는 주요 산업별로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업계가 어떤 선택과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FETV=권현원 기자]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정부의 생산적금융 기조에 발맞춰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자금 공급 계획만 해도 5년간 508조원 규모다. 이에 더해 5대 금융지주는 연말 조직개편에도 ‘생산적금융 강화’ 의지를 반영했다. 조직개편까지 영향을 받은만큼 내년부터는 각 금융지주의 생산적금융 계획 실행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9월 우리금융 최초 발표, 11월까지 순차적 추진방안 공개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5대 금융지주는 생산적금융에 향후 5년간 508조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규모면에서 가장 큰 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다. 이들 금융지주는 생산적금융에 5년간 110조원 투입을 결정했다. 뒤이어 NH농협금융지주가 108조원, 하나금융지주가 100조원, 우리금융지주가 80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생산적금융 계획 발표 시점이 가장 앞선 곳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지난 9월 말 우리금융지주는 기자 간담회를 통해 생산적·포용금융 추진방안 등이 담긴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가 10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11월에는 나머지 KB금융자주·신한금융지주·NH농협금융지주가 생산적·포용금융 추진방안을 내놨다.
5개 금융지주가 발표한 추진 방안은 크게 생산적금융 부문과 포용금융 부문으로 구분됐다. 포용금융 부문 대비 생산적금융 부문에 재원 투입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방식도 비슷했다. 각 금융지주별 전체 투입 재원에서 생산적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치 기준 우리금융지주 91.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신한금융지주 89%, NH농협금융지주 86.1%, KB금융지주 84.5%, 하나금융지주 84% 순이다.
생산적금융 부문 중 금융지주들이 공통적으로 배정한 국민성장펀드 10조원을 제외하면 이들 금융지주의 재원 투입은 기업대출에 집중돼 있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지주는 전략산업융자에 68조원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부동산을 제외한 일반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75조원의 그룹 자체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 확대 등으로 50조원의 대출을 진행하며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도 투·융자 부문에 생산적금융에서의 재원을 대부분 투입하기로 했다.
5대 금융지주가 생산적금융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건전성 관리’가 공통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이는 기업대출 증가, 그룹 자체 투자자금 조성 등으로 자본비율 약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기존 발표된 밸류업 계획도 동시에 이행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금융지주는 자본비율 변화에 핵심이 되는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이러한 점들이 언급됐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는 당시 공통적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고려해 생산적금융을 이행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컨트롤 타워 신설·확대 개편 등 금융지주별 조직개편 진행
생산적금융으로의 전환은 5대 금융지주 연말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미쳤다. 먼저 KB금융지주는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을 신설해 생산적금융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룹의 전략적 컨트롤 타워 구축으로, CIB와 자본시장의 연계를 강화해 투자·운용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신설된 CIB 부문의 책임자로 김성현 전 KB증권 대표를 낙점했다. 이에 더해 KB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에도 생산적금융 지원 조직인 성장금융추진본부를 신설하고, 여신 관리·심사 조직을 재편해 생산적금융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장금융추진본부는 이종우 본부장이 이끌기로 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생산적금융 박차’라는 목표 아래 그룹 차원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한금융지주는 11월 만든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위원회’를 뒷받침하기 위한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단’을 새롭게 발족했다. 생산적금융 통합 추진·관리 조직을 통해 생산적금융 전략을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실행하고, 효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신한금융지주의 계획이다.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단은 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인 고석헌 그룹 전략부문장이 사무국장을 맡는 사무국을 중심으로, ▲투자 ▲대출 ▲재무·건전성 ▲포용금융 등 4개 분과로 구성된다. 그룹 생산적금융 추진단은 9개 자회사별 총괄 그룹장과의 협업 체계를 통해 첨단산업·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 방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방법을 택했다. 투자 중심의 생산적금융으로의 대전환 본격 추진하기 위해 시너지부문 산하 CIB본부를 투자금융본부와 기업금융본부로 분리·확대 개편해 투자·생산적금융부문으로 재편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투자·생산적금융부문 직속 생산적금융지원팀도 신설해 그룹 전사적 차원의 생산적금융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기로 했다.
투자·생산적금융부문장은 강성묵 부회장이 맡는다. 강 부회장은 이달 10일 진행된 관계회사 CEO 후보 추천에서도 하나증권 연임 후보자로 추천됐다. 투자금융본부는 정영균 부사장, 기업금융본부는 서유석 부사장이 각각 담당하기로 했다. 정 부사장은 하나증권 IB그룹장 겸 IB 1부문장에서, 서 부사장은 하나은행 기업그룹장에서 이동하게 됐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 생산적금융 본격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실시됐다. 방식은 우리은행 IB그룹과 기업그룹에 투·융자 전담 조직을 각각 신설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AI·반도체·2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중심의 유망 산업에 그룹 타 계열사와 함께 투자하고 지역성장기업과 혁신벤처기업 등에 적시성 있는 금융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IB그룹과 기업그룹장은 이명수 부행장과 배연수 부행장이 기존 자리를 지켰다. 이 부행장과 배 부행장은 지난해 말 해당 그룹에 그룹장으로 각각 배치됐다. 특히 이 부행장은 올해 4월부터 우리투자증권 CIB시너지본부장도 겸직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도 핵심 계열사 NH농협은행 조직개편을 통해 생산적금융 대전환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중소기업고객부를 기업성장지원부로 재편해 생산적금융국을 뒀으며 여신심사부에는 전략산업심사국을 신설했다. 농식품성장투자단 내 투자운용팀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성장지원부가 위치한 기업금융 부문은 엄을용 부행장이 맡기로 했다. 엄 부행장은 기존에도 기업금융 부문을 담당했으며 최근 인사에서 재선임됐다. 기업성장지원부장은 다음달 1일자로 황의경 부장이 맡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