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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투업, 미래를 말하다] "규제 환경에 막힌 성장…유연한 제도 필요"

투자자 보호, 한도 규제 아닌 '정보제공·리스크관리 체계화'로 접근해야
상품 다각화 필요성에 한목소리…투자자 안전장치·회수 전략 설계 강조

[편집자 주] 온투금융은 지난 10년간 제도권 편입을 거치며 중신용자 중심의 중금리 대출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제도권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최근에는 고도화된 기술력과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FETV는 주요 온투금융사들의 경쟁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진단한다.

 

[FETV=임종현 기자] 온투업 CEO들과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것은 산업의 성장 가능성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술적 실험과 사업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었지만 규제와 기준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인터뷰가 거듭될수록 공통된 질문이 남았다. "기술은 준비됐는데 제도는 왜 멈춰 있는가." 이번 기사는 개별 기업을 조명하던 기존 인터뷰를 넘어 온투업권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규제와 제도, 산업의 다음 단계를 놓고 직접 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구성했다.

 

 

이번 대담에는 PFCT, 에잇퍼센트, 데일리펀딩, 모우다, 어니스트AI 등 주요 온투업 CEO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제도권 편입 5년이 지난 현재 온투업 시장이 왜 정체 국면에 머물러 있는지, 어떤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지 그리고 중금리대출과 상품 다각화라는 과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해법인지에 대해 각자의 시각을 밝혔다.

 

◇온투금융에만 엄격한 제한…주식·가상자산엔 투자 한도 규제 없어
 

온투업은 법·제도 정비를 통해 일정 수준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했음에도 성장으로 이어질 제도적 토대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계대출 잔액은 한때 1조4000억원까지 확대됐으나 2022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상승 여파로 감소한 이후 1조원 안팎에서 정체된 상태다.

 

이수환 PFCT 대표는 "온투업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과도한 규제 환경"이라며 특히 투자 한도 규제를 지목했다. 현행 온투법이 투자자의 재산·경험 등에 따라 한도를 설정하면서 오히려 시장 참여 기회를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에는 별도의 한도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온투금융에만 엄격한 제한을 두는 것은 형평성과 정책적 일관성 측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 보호는 투자 규모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 제공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정교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선 모우다 대표는 온투업 시장이 정체된 가장 큰 이유로 내부적으로는 신뢰와 차별성 부족을, 외부 환경으로는 금융업권 전반에 일괄 적용되는 규제를 꼽았다. 제도권 편입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투자자와 차입자 모두에게 '왜 굳이 온투업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지선 대표는 "시장이 다시 성장하려면 각 사가 자신만의 데이터와 심사 논리를 분명히 가져야 한다"라며 "감독당국 역시 일률적인 잣대보다는 리스크관리 능력에 기반한 유연한 제도 설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상훈 어니스트AI 대표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이를 위한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기관의 연계대출 참여만 보더라도 규제 해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라이선스 발급 이후 4년이 지나서야 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여전히 관련 규제가 산재해 있는 만큼 법 조문을 포함한 제도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 필요

 

이민우 데일리펀딩 대표는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PF 불안이나 고금리 국면에서의 주택담보대출 시장 위축 등 금융권 전반에 여러 충격이 있었지만 온투업은 대안 상품을 모색하며 이를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귀금속 담보, 사모대출, 크로스보더 상품 등 다양한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특화상품에 적합한 투자자군을 매칭해 집중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싱가포르 Kilde은 사모대출과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를 매칭하는 Biz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이민우 대표는 "온투업이 새로운 상품을 발굴할 때는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먼저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지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온투업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금융 모델인 만큼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회수 전략이 함께 설계·가동될 때 새로운 상품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는 상품 다각화의 가능성 자체는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국내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매우 강한 시장"이라며 "무리한 상품 확장보다는 데이터 기반으로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접근해야 시장 신뢰가 훼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효진 대표는 현실적인 확장 영역으로 ▲실물자산 기반 중위험·중수익 상품 ▲제도권 금융과의 협력형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긱워커·외국인 등 새롭게 부상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시장 등을 꼽았다.

 

이수환 대표도 이러한 접근에 공감했다. 그는 상품군 확장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그 전제는 금융 사각지대에 남아 있는 실질적인 수요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 확장을 단순한 신규 상품 개발이 아니라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돼 온 차주에게 기술을 기반으로 최적의 대출 옵션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씬파일러, 프리랜서, 소상공인 등 비정형 소득자뿐 아니라 전당포 금융이나 월급 선정산과 같은 틈새 영역이 그 대상이다.

 

이어 "이러한 영역은 리스크 평가의 복잡성이 높아 오히려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기술 역량을 갖춘 온투금융사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술 기반 상품군이 확장될수록 온투금융 시장 역시 더 넓고 탄탄한 투자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선 대표는 명확한 전문성과 데이터가 전제된다면 부동산PF나 개인 신용대출에 국한되지 않고 점진적인 확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상품의 형태가 아니라 해당 자산과 차입자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우다는 개인·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기반으로 하되 의료인이라는 특정 직군의 소득 구조와 특성을 깊이 분석해 온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며 "니치 시장을 통한 전문화가 결국 온투업 전반의 신뢰와 확장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연계투자 참여 기관 캐피탈·상호금융 등 확대돼야

 

규제 환경 속에서도 의미 있는 제도적 진전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의 온투업 연계투자를 허용하며 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금융기관 참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온투업 플랫폼을 통해 개인신용대출 상품 등에 연계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올해 5월 말부터 시작된 저축은행과의 개인신용대출 협업 데이터를 보면 11월 말까지 집행된 6169건, 891억원의 대출은 평균금리 12.06%, 평균신용점수 735점으로 분석된다. 전통 금융기관에서 고금리(15% 이상)를 부담하거나 대출 접근이 어려웠던 중저신용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중금리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통로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이수환 대표는 온투업이 중금리대출의 실질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의 연계투자를 중심으로 제도권과의 협력 구조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계투자 방식은 저축은행이 온투금융 플랫폼을 통해 중금리 개인신용대출에 투자자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고 대출 심사와 리스크 관리는 플랫폼이 수행하는 구조다.

 

그는 "이 모델은 양측의 강점이 결합될 때 더 큰 효과를 낸다"라며 "온투금융 플랫폼의 정교한 리스크 분석·기술 역량과 저축은행이 가진 자금 조달력이 결합하면 기존 금융시장에서 배제되기 쉬웠던 중저신용자에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포용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어 "연계투자 참여 기관이 캐피탈사·상호금융 등으로 확대될 경우 온투금융은 1금융과 2금융 사이의 금리 단층을 메우는 1.5금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포용금융을 시장 기반으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선 대표는 저축은행의 기관투자 참여 허용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그는 "민간 중금리 시장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과 신용평가 모형의 검증이 필수적인데 기관 투자는 그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래 소득 흐름과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온투업사와 기존 금융기관 간 협업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제도적으로 유연하게 설계된다면 중신용자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중금리 시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온투업의 경쟁력이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전지선 대표는 현재 소득에 국한된 평가를 넘어 직군·경력·생애 주기에 따른 장래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이를 심사 모형에 반영해야 중금리 대출이 지속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역량이 축적될수록 온투업은 중·저신용자에게 일시적인 대안이 아니라 구조적인 금융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상훈 대표는 기술 기반 온투업사가 중금리 대안 금융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신용평가 기술을 통해 개별 차주의 상환 의지와 위험도를 전통적인 방식보다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던 중저신용자를 보다 세밀하게 발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 역량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연계대출이라는 영업 구조가 결합될 경우 온투업은 중저신용자 대출에서 어려움을 겪는 제2금융권을 지원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상훈 대표는 이를 통해 온투업이 단순한 대출 중개를 넘어 중금리 대안 금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